"아픈 마음 헤아리는 아픈 경험"...동료지원가 제도 '위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으로 인해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직업재활은 그 어느 약 보다 효과가 뛰어나다고 할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치료 역할을 합니다. 정신장애인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회를 마련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용인정신병원에서 치료받았던 23년차 정신질환자가 쓴 수기의 한 토막이다. 17살에 조현병이 발병했던 그는 3개월간의 입원치료를 했다. 동시에 이 시기 당사자 지원가 환자들과 의료진의 도움 덕분에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했다.
졸업 후에는 작은 건축사무소에서 일했지만, 업무 스트레스에 질환이 재발했다. 그렇지만 동료지원가 환자들과 본인의 동료지원가 활동 덕에 첫 발병 23년이 지났지만 여러 증상들을 잘 조절하며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이 조현병 환자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를 돌보는 치료 보조 프로그램인 '동료지원가 활동'이 사실상 국내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동료지원가는 치료와 재활을 통해 회복과정을 경험한 정신장애인이 공감과 장애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한, 혹은 치료에 거부감이 두려움이 있는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돕는 이들을 말한다.
지난 13일 용인정신병원 낮병원 윤희경 센터장은 대한조현병학회 학술대회에서 "아픈 사람 마음은 아픈, 아팠던 사람이 잘 안다"며 "자신의 아팠던 경험, 약을 먹은 경험 그리고 끝내 회복했다는 경험은 치료를 시작하려 하는 사람에게 큰 격려와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이날 코엑스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곤경에 처한 동료지원가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추가 관련 지원을 촉구했다.
한양대 신탁연구센터 송승연 연구원은 6명의 현직 동료지원가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연구에서도 동료지원가 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를 지적하기도 했다. 동료지원가는 정신 질환자들에게 △세상과 이어주는 끈 △희망 롤모델 △권익옹호 등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동료지원가의 높은 치료 효과를 바탕으로 제도 유지 및 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표준 교육 프로그램이나 인증 제도 등 법제화 움직임이 미약한 실정이다. 심지어 최근 동료지원가 활성화를 위해 사용된 예산도 전액 삭감이 결정돼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 예산 23억원이 전액 삭감된다. '동료지원가 사업'이라고 불린 이 사업은 장애인(동료지원가)이 장애인을 만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으나 사실상 사업 폐기 위기에 놓인 것이다.
아울러 동료지원가에 대한 의료계의 인식도 아직은 미약하다. '환자가 환자를 돌본다'라는 부정적 인식이 기존 전문가 집단 사이 만연해 실제로 동료지원가 정원을 두고 고용하고 있는 병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때문에 동료지원가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정부와 의료계 등 복합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희경 센터장은 "정신보건법개정안에 치료팀안에 동료지원가를 포함하는 법제화 시도가 필요하다"며 "또 최근 삭감된 중증장애인 취업지원 예산도 정상화하고 표준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인증제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신 질환자들에게 의사가 하는 역할은 진찰하고 병을 회복하도록 하는 미시적 접근"이라며 그에 반해 "동료지원가는 회복하는 것 말고도 환자가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거시적 역할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사가 하기 어려운 '치료 외적인 부분'을 동료지원가가 맡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병원에선 동료지원가의 고용에 적극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종언 기자 (eon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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