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방차 구역 불법 주정차 신고 18개월간 1259건…과태료는 0건

2018년 소방법 개정됐지만 그 이전 건축물은 부과 제외

- 화재위험 큰 노후건물 무방비

부산지역 공동 주택 내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 주정차가 잇따라 시민 신고 건수가 1년 6개월 동안 1200건이 넘는다. 그런데도 현행법상 2018년 이전 건축물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과태료 부과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적극적인 계도 작업과 함께 부산 전체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방차 구역에 주차된 차량. 국제신문DB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송재호 국회의원에 따르면 부산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 주정차 신고가 지난 6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1259건(지난해 723건·올해 536건)에 달하지만 과태료 부과는 ‘0’건이다. 전국 신고 건수도 2020년 308건에서 지난 6월 기준 8877건으로 28배 폭증했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는 지난해 전국 1만1010건 가운데 116건으로 신고 건수 대비 1% 수준이다. 과거 소방서에 직접 신고 전화하는 방식에서 국민신문고 앱을 통해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게 바뀌었지만 실제 처분은 미미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과태료 부과가 저조한 이유는 신속한 소방차 접근을 위해 2018년 법 개정을 했으나, 새 건물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방차 전용구역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100세대 이상 아파트와 3층 이상 기숙사 등 공동 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주정차 시 1회 위반 50만 원, 2회 이상 위반 100만 원이다. 하지만 이 법은 2018년 8월 이후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거나 건축허가 신청을 한 공동주택에만 해당돼 2018년 이전 아파트는 불법 주정차를 해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부산 소방차 전용구역 중 과태료 부과 대상은 13곳에 불과하다.

문제는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화재 안전시설이 낡고 주차 공간이 부족해 소방차 진입 공간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2018년 이전 건축물은 소급 의무가 없어 부산 전체 소방차 전용구역 현황이 담긴 통계도 없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방호조사과 김민재 반장은 “물탱크와 펌프차가 골든타임 내 화재 현장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는 소방차 주차 공간 확보가 중요하다”며 “전용구역이 생긴 이후 시민 의식 향상으로 그나마 공간 확보가 쉬워졌지만 일부 ‘얌체’ 시민의 불법 주정차로 애를 먹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소방차 전용 구역 확대와 적극적인 계도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2018년 이전 건축물에는 설치 의무가 없어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지키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산경상대 김만규(소방행정안전관리과) 교수는 “당장 불이 나지 않으니 공간 확보에 소홀한 경향이 있지만 예기치 않은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소방차 구역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부족한 주차 면수로 전용 구역 설치가 어려운 공동주택에는 적극적인 계도 조치로 진입로 확보라도 항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