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회는 승용차 대신 버스…1년이면 나무 125그루 심는 셈
- 단순히 적자 보전 이유뿐 아니라
- 미래 세대 위한 탄소저감 실천법
- 부산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 25%인 611만t이 ‘수송부문’
- 시 올해 수송분담률 목표 45%
- 교통비 환급 ‘동백패스’로 박차
- 도입 뒤 대중교통 통행량 증가세
- 정부·서울시도 비슷한 정책 내놔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재정 적자를 메우려는 노력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자연재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중교통 이용 확대는 탄소저감 실천의 주효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와 지자체마다 대중교통 이용률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는 배경엔 미래 세대는 물론 도시의 지속성장을 위해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있다.
▮올해 수송분담률 45% 목표
부산시가 제시한 올해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총 수송량에서 대중교통 수송량이 차지하는 비율) 목표치는 45%다. 분담률 1%P(포인트)를 높이려면 하루 평균 승용차 이용자 7만~8만 명이 대중교통으로 갈아타야 한다. 날씨가 궂어도,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자가용이 늘어나는 등 대중교통 이용에는 여러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커서 자가용 운전자를 대중교통으로 흡수하기란 만만치가 않다.
부산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2019년 44.3%까지 올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감, 지난해 42.2%까지 떨어진 상태다. 반면 승용차 수송분담률은 2019년 34.4%에서 2022년 38.8%로 높아졌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2020년 이후 대중교통 분담률이 매년 40.4%→40.8%→42.2%로 회복세, 승용차는 같은 기간 40.3%→39.9%→38.8로 감소세라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통행량은 증가하고 있다. 수송분담률은 모든 수단의 통행량 조사를 마친 후인 내년 2월께 결과를 종합해 발표한다.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지난해보다 2.5%P 이상 올려야 하는데, 엔데믹과 동백패스의 유인 등으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교통패스 출범, 구원투수될까
지난 8월 도입한 대중교통 통합할인제도인 ‘동백패스’는 이 같은 배경에서 출발했다. 대중교통을 월 4만5000원 이상 이용하면 초과분에 대해 최대 4만5000원까지 환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용할 때마다 혜택을 적용하지 않고 일정 금액 초과분부터 환급을 하는 것은, 꾸준하게 대중교통을 타는 이용자를 늘리자는 취지다. 부산 시내·마을버스, 도시철도, 동해선, 경전철 모두에 적용되는데 시행 첫 달인 지난 8월 5만2000여 명에 총 10억 원, 9월 8만2000여 명에 총 15억 2000만 원가량 환급됐다. 9월 기준 1인 평균 1만8600원을 돌려받았다.
대중교통 통행량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패스 도입 첫 달인 지난 8월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이용 횟수는 6000만 회로 전년 동월(5800만 회) 대비 약 3.6%(200만 회) 증가했고, 9월은 6100만 회로 전년 동월(5800만 회) 대비 5.49%(320만 회) 늘었다. 지난 9일 기준 동백패스 가입자는 모두 21만2329명이다. 알뜰교통카드 가입자가 4년 간 4만8000명인 것에 비하면 빠르게 자리잡았다.
시 관계자는 “동백전과 연계된 편리함 덕분에 비교적 이른 시간 내에 가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 시민 가운데 대중교통 이용액이 월 4만5000원을 넘기는 사람은 45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이들의 70%가 가입하면 동백패스가 확실히 안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동백패스와 같은 교통패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말 전국 대중교통 수단에 적용되는 ‘K패스(가칭)’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K패스는 대중교통을 월 21회 이상 이용시 월 60회 한도 내에서 20%를 환급한다. 이용금액에 따라 환급률이 차등 적용되고, 청년과 저소득층 환급률은 더 크다. 신용카드사의 추가 할인 10%도 가능하다. 시는 추후 K패스가 출시되면 동백패스와 합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교통패스인 ‘기후동행카드’를 시범운영한다. 월 6만5000원으로 서울 내 도시철도,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한강 리버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정기이용권이다. 다만 서울 외 지역이나 광역버스엔 적용이 안 된다. 시범 운영 후 효과가 검증되면 7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맞닥뜨린 현실, 기후위기
잇따른 교통패스 출시는 대중교통 활성화에서 시작되는 온실가스 감축과 도시의 지속적인 성장에 방점이 찍혔다. 실제 기후변화는 일상에서 체감될 정도로 가까워진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도가 높아졌는데, 여름철 석 달 기온이 모두 평년보다 높았던 해는 과거 51년 가운데 올해와 2018년, 2013년 세 해뿐이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관측 이래 네 번째로 높았다.
반면 여름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1018.5㎜로 평년(727.3㎜)보다 무려 300㎜ 가까이 많았다. 특히 남부지방은 712.3㎜로 역대 1위였고, 전국 기준으로도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많았다. 들쭉날쭉한 날씨에 한반도를 종단하는 태풍까지 겹치자 기상청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부산시의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611만t으로 전체 배출량의 25.3%를 차지한다. 시에 등록된 자동차는 지난 7월 기준 151만6443대, 이 중 자가용은 134만542대에 달한다. 승용차 대신 주 4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사람이 연간 줄이는 탄소 배출량은 1141㎏CO2로 나무 125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주 1회만 자전거나 도보를 이용해도 연간 2그루를 심는 것과 같다. 시 관계자는 “부산에 등록된 자가용 승용차가 10%만 줄어도 나무 123만4180그루를 심는 효과가 난다.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은 탄소저감을 위한 적극적인 실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기획: 국제신문, 부산광역시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