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20년 설렁탕 맛집’서 화재…단골들 “어제 점심 먹은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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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쉬고 있는데 연기가 무지막지하게 피어올랐어요. 같이 일하는 경비원 양반이랑 연기가 나는 쪽으로 뛰어서 갔는데 이문설농탕이더라고요."
1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상빌딩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손정욱(68)씨는 "두어 시간 동안 연기가 계속 올라왔는데 바람까지 불어서 못해도 낙원상가까지는 (연기가) 퍼졌을 거다"라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손씨는 "바로 어제 점심밥을 저기(이문설농탕)에서 먹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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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불씨 모두 잡았으나 매캐한 냄새 여전
소방 당국 “인명피해 없고 건물 피해 안 커”
40년 단골 발길 돌리며 “가는 날이 장날”
“점심 먹고 쉬고 있는데 연기가 무지막지하게 피어올랐어요. 같이 일하는 경비원 양반이랑 연기가 나는 쪽으로 뛰어서 갔는데 이문설농탕이더라고요.”
1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상빌딩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손정욱(68)씨는 “두어 시간 동안 연기가 계속 올라왔는데 바람까지 불어서 못해도 낙원상가까지는 (연기가) 퍼졌을 거다”라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백상빌딩은 이문설농탕에서 직선 거리로 100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손씨는 “바로 어제 점심밥을 저기(이문설농탕)에서 먹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후 1시 45분쯤 이문설농탕에서 연기가 난다는 주민 신고가 최초로 들어왔다. 이에 종로소방서 등은 소방차 41대, 소방인력 173명을 현장에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가게가 좁은 골목 안쪽에 있어 소방차가 가게 앞까지 들어갈 수 없었기에 소방 당국은 긴 소방 호스를 이용해 불을 꺼야만 했다. 이런 상황 탓에 가게 앞에는 소방 호스 여러 줄기가 늘어져 있었다. 최초 신고 후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3시 47분쯤 큰 불이 모두 꺼졌다.
이문설농탕은 1904년 처음 문을 연 음식점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다. 1902년 태어난 유관순 열사와 나이가 비슷한 셈이다. 1904년 당시 피맛골 이문고개에서 장사를 시작한 뒤 1960년 공평동, 2011년 견지동으로 장소를 바꾸며 120년 동안 설렁탕을 팔아왔다.
소방 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이 식당 내에 있던 종업원과 손님을 전원 대피시켰다”며 “건물이 전소될 만큼 화재 규모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이 난 직후 이문설농탕 안에 있던 손님 30여 명과 직원 11명, 인근 식당 광희칼국수 직원 4명 등이 자력 대피했다. 현재 소방 당국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불씨가 커질 것을 대비해 일부 인력을 남겨두고 현장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2시간 넘게 불이 붙어 있었음에도 식당 외관에는 큰 손상이 없었다. 불에 그을린 자국도 없었고 식당 유리벽에 테이프로 붙여둔 안내판도 멀쩡했다. 다만 건물 안쪽은 화재 피해를 적지 않게 입은 것으로 보였다. 식당 주변에서도 매캐한 냄새가 계속 나는 탓에 지나가는 시민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기침을 했다.
당분간 이곳에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자 단골 손님들은 아쉬워했다. 지난 40여년간 이곳 단골이었다는 60대 남성 김 모씨는 “오늘 나를 포함한 친구들 세 명이서 여기 모여 저녁 자리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참 허탈하다”며 “그래도 가게가 더는 장사를 못할 정도로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소방 대원들이 현장 정리를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친구들에게 보낸 뒤 자리를 떠났다.
한편 소방 당국은 아직 화재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다. 현장에서 만난 소방 관계자는 “완진(잔불을 점검하고 처리하는 것)까지 끝난 뒤에 화재 원인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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