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심한 펫보험 활성화… `제2의 실손 청구 간소화` 되나
수의업계 "약품 오남용 등 우려"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에 난항
정부가 그동안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성장의 걸림돌인 동물의료 관련 인프라 개선에 나서면서 '제2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사태가 재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천차만별인 동물의료 진료항목과 미진한 반려동물 등록제도 등을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인프라 개선을 위해 '수의사법' 개정 등 관문을 넘어야 한다. 수년째 수의업계에서 해당 법안 통과에 반발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16일 금융위원회는 동물병원마다 달랐던 진료항목을 표준화하고 개·고양이의 생체인식 정보를 통해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향후 추진할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제도 개선안을 보면 관계부처인 농식품부 주관으로 이뤄질 '동물의료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핵심 과제였다. 향후 반려인들의 펫보험 이용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원스톱(One-stop)' 서비스 등을 시행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제도 개선 방안이 담겼다.
우선 정부는 천차만별인 동물병원의 진료항목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속도내기로 했다. 연내에 외이염 및 중성화수술, 결막염 등 100개의 다빈도 진료항목을 통일하고, 내년에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진료항목 표준화 이후에 진료비 항목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반려견 및 반려묘 등 반려동물 등록제도 개선을 위해 비문·홍채 등 생체인식 정보로 반려동물 등록하는 방안을 허용하기로 했다. 농림부 규제샌드박스로 내년부터 운영한 이후,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등을 목적으로 동물병원에 요청 시 진료내역과 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수의사법 개정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관련 개정안 5건은 수의업계 반발로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 중이다.
수의업계가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진료수가 통제와 동물약품 오·남용 우려에서다. 현재 펫보험 가입률은 1% 내외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진료내역 및 진료비 등이 보험사로 전달될 경우 진료수가 통제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동물약품은 80% 이상이 수의사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어, 기존에 발급된 진료부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진료하면 오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무보험이 아닌 펫보험의 활성화를 위해 보험업계와 수의업계 등 이해관계자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우선할 방침이다. 보험·수의업계 간 진료·지급 기준 협의와 통계 공유, 청구 간소화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신상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진료내역 발급 의무화 등을 위해 보험업계와 수의업계 간 협력이 절대적"이라며 "(이날 발표한 개선안은) 최종안이 아니기에, 수의업계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지 등 세부 방안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수의사법 개정 전에 협력 병원과 연계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병원에 요청하는 등의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우선한 해법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동물의료 관련 인프라 구축이 이뤄질 경우 저렴한 보험료와 차별화한 보장을 제공하는 상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반려인들의 편의성을 높일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동물병원과 펫숍 등 하나의 장소에서 반려동물 진료 및 등록, 보험 가입 및 청구, 부가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부의 펫 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반려동물은 약 800만마리로 추정되지만 가입률은 1% 내외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펫보험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며 향후 추진할 개선안이 나왔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며 "수의업계도 펫 산업이 성장하면 이득을 볼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여,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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