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 제주, 인구유출·고분양가에 `미분양 무덤`

이미연 2023. 10. 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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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미분양 2422호 '역대 최대'
올 민간 8곳중 1순위 마감없어
전출 늘면서 인구순유출 전환
주택 인허가·착공도 하강곡선

중국인 관광객과 '제주살기' 유행으로 내국인들이 몰리며 한때 전국에서 '나홀로 훈풍'을 달았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제주도 내 인구 유출이 이어지는데다가 최근에는 미분양 적체가 '역대 최대' 수치를 다시 쓸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제주 미분양 주택은 두 달 연속 2000호를 넘었고, 직전 최고기록인 지난 7월 수치를 한 달만에 다시 쓰기도 했다.

16일 한국부동산원 등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수가 6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제주에서는 정반대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제주도내 미분양 주택은 2422호로 한 달 전보다 2.7%(64호) 늘었으며,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875호로 전월(7월)보다 9%(72호)나 증가했다.

실제 올해 제주에서 분양에 나섰던 민간아파트 8곳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곳은 단 1군데도 없었다. 올해 6월 78세대를 공급하는 한 소규모 단지에서는 단 3명만이 청약신청을 하는 등 거의 '참패' 수준의 청약성적표를 받은 곳도 있었다.

그나마 대형건설사가 짓는 '효성해리텅 플레이스 제주'도 올해 7월 425세대를 분양했으나 115건 청약에 머물렀다. 바로 다음달인 8월에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더샵 연동애비뉴'(204세대)가 분양에 나섰으나 64명 청약에 그치며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제주 분양시장은 지난해부터 그리 좋지 못했다. 작년 4월까지 962호에 그쳤던 제주 미분양은 그 다음달인 5월 1119호로 1000여호를 훌쩍 넘긴 후 부침을 거듭하다 같은 해 10월 1722호로 급증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1929호로 2000호에 바짝 다가섰는데 결국 7월부터는 아예 2000호를 넘겨버렸다.

도내의 이런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분양가 문제도 있지만 인구 감소로 인한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주 열풍이 불면서 한때 연간 1만명 넘게 인구가 늘었던 제주도지만, 이제는 인구 감소를 걱정해야하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통계에 따르면, 전입인구보다 전출인구가 늘면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순유출 인구는 총 1026명로 집계됐다. 주민등록인구도 올해 9월 기준 67만6317명으로 지난해 말(67만8159명) 대비 1842명이나 줄었다.

제주에서 인구 순유출이 발생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2014년 순유입 인구가 1만명을 돌파한 뒤 '제주살이' 열풍이 불면서 2016년에는 1만5000여명 가깝게 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내국인 유입 감소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투자수요와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이 수치 역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최근 제주에서의 청년층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각종 개발의 후폭풍으로 물가와 집값이 오르는 등 정주여건이 악화되자 전입은커녕 순유출 인구가 더 많아지는 사태가 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제주 청년들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7.9배로 전국 평균 6.4배를 웃돌았고, 외식비와 서비스 가중평균 가격도 각각 10만원과 13만원으로 서울 다음으로 높았다. 반면 소득은 청년 상용근로자의 경우 전국 평균 301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276만원, 임시근로자는 138만원으로 전국 평균(163만원)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제주도 내 주택 거래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연초 부동산규제 완화로 1~2월 600여건에 그쳤던 제주 주택 매매거래는 3월 1124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가 4월 다시 1000건 아래인 895건에 그쳤다. 이어 5월에 943건으로 다시 1000건에 가까워지는 듯 했으나 하락 추세가 이어지며 8월 기준 731건 거래에 그쳤다.

주택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주택 인허가와 착공 등 주택 공급지표들도 함께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1~8월 건축착공면적은 78만6000㎡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5만6000㎡ 대비 40% 감소했다. 건축 현장 감소로 8월 레미콘 출하량은 전년 대비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 인허가 물량도 작년 7481호에서 올해는 4629호로 급감했고, 주택 착공 물량은 5209호에서 2547호로 더 크게 줄었다.

그나마 앞으로 제주지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정수요인 연 3381호(아실 추정)에는 한참 못미치는 1000호 수준이라 공급 과잉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상태라 당분간의 미분양 상태는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HUG 통계에 따르면, 제주의 9월 분양가격지수는 330.8로 전년동월(278.9) 대비 18.62%나 올랐다. 월별분양가격지수는 2014년 평균 분양가격을 100으로 환산해 산출한 가격으로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높은 서울도 158.2 수준이라 제주의 분양가격지수는 서울의 2배 가깝게 올랐다. 300을 넘는 지역은 전국에서도 제주가 유일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때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투자수요가 몰렸던 제주지만, 최근에는 분양가격이 수요자들의 눈높이보다 너무 높게 책정되는 터라 미분양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구 유출도 이어지고 주택 매물도 증가하고 있어 매매가격도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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