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軍 막대한 피해 우려·민간인 사상 땐 여론전 부담에 ‘신중’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압도적 화력차에도 불리한 지형
게릴라전·땅굴 등 큰 부담 작용
진입 후엔 민간인 피해도 불가피
BBC “피해 늘면 단결 흔들릴 것”
일각 “블록 바이 블록 전투 준비”
우선 압도적인 화력 차이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면 만만치 않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분쟁에 정통한 미국 관리와 분석가들을 인용해 “지상전이 발발할 경우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사이에 섞여 있는 하마스 무장 세력을 상대하면서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 지뢰, 터널로 이루어진 지옥 같은 덤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이스라엘은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2006년 무력 충돌 때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박멸을 목표로 지상군을 투입했으나 끈질긴 게릴라전에 밀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철군했다. 헤즈볼라와 충돌은 이스라엘이 건국 이후 사실상 처음 겪은 전쟁 패배로 평가된다.
당시 헤즈볼라는 이 승리를 기반으로 레바논 내에서 주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만약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이 하마스 섬멸이라는 목표를 빠르게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자국군 피해만 키울 경우 하마스의 팔레스타인 내 영향력을 더 키워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하마스가 이를 이용해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도 다분하다. WP는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 당시 하마스가 민간인 사망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국제적 정당성을 약화시키려 시도했다”고 퇴역 미군관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당시보다 여론전을 펼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은 국제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영국 BBC는 “미국과 유럽 고위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이 국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전쟁이 계속되고 민간인 피해가 늘면 단결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스라엘이 ‘블록 바이 블록(block by block)’ 전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인도주의적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하마스와의 근접전을, 안전이 확보된 지역부터 조금씩 수행해 장악 반경을 넓혀가는 전술이다. 이 과정에서 특수부대 투입을 통한 하마스 지도부 제거와 인질 구출 방식이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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