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軍 막대한 피해 우려·민간인 사상 땐 여론전 부담에 ‘신중’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서필웅 2023. 10. 16. 18: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지상전 명령 지연’ 왜
압도적 화력차에도 불리한 지형
게릴라전·땅굴 등 큰 부담 작용
진입 후엔 민간인 피해도 불가피
BBC “피해 늘면 단결 흔들릴 것”
일각 “블록 바이 블록 전투 준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장 충돌이 발생한 지 열흘째인 16일(현지시간) 현재 전 세계는 이스라엘의 ‘가자 진격 작전 개시’ 명령이 언제 떨어질지를 초조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이날이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충돌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건물이 이스라엘 공격을 받고 폭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이스라엘 정치권과 군이 충돌 발발 이후 이미 여러 번 가자지구 지상전 개전 의지를 내비친 것에 비하면 그 결행이 다소 늦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여러 여건을 고려해보면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선 압도적인 화력 차이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면 만만치 않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분쟁에 정통한 미국 관리와 분석가들을 인용해 “지상전이 발발할 경우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사이에 섞여 있는 하마스 무장 세력을 상대하면서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 지뢰, 터널로 이루어진 지옥 같은 덤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이 “양측에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는 전직 미 해병대 사령관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하마스가 게릴라전에 능한 군사조직인 데다 가자지구 안에 미로 같은 지하 터널을 수백㎞ 파놓기까지 했다는 점은 더 부담스럽다. 화력에서 밀린다 하더라도 지형지물을 이용한 방어전으로 이스라엘에 피해를 입힐 여지가 충분하다.

이미 이스라엘은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2006년 무력 충돌 때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박멸을 목표로 지상군을 투입했으나 끈질긴 게릴라전에 밀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철군했다. 헤즈볼라와 충돌은 이스라엘이 건국 이후 사실상 처음 겪은 전쟁 패배로 평가된다.

당시 헤즈볼라는 이 승리를 기반으로 레바논 내에서 주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만약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이 하마스 섬멸이라는 목표를 빠르게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자국군 피해만 키울 경우 하마스의 팔레스타인 내 영향력을 더 키워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자 진입 이후 불가피하게 발생할 민간인 피해에 따른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 이스라엘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변수로 꼽힌다. 무력 충돌 직후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에 돌입하고 지상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실제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스라엘군은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점이다.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이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다수 민간인 피해가 예상된다. 게릴라전을 펼치는 하마스의 특성상 약 230만명의 가자지구 인구 중 3만명의 하마스 대원만을 골라 피해를 주는 작전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하마스가 이를 이용해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도 다분하다. WP는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 당시 하마스가 민간인 사망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국제적 정당성을 약화시키려 시도했다”고 퇴역 미군관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당시보다 여론전을 펼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은 국제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영국 BBC는 “미국과 유럽 고위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이 국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전쟁이 계속되고 민간인 피해가 늘면 단결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스라엘이 ‘블록 바이 블록(block by block)’ 전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인도주의적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하마스와의 근접전을, 안전이 확보된 지역부터 조금씩 수행해 장악 반경을 넓혀가는 전술이다. 이 과정에서 특수부대 투입을 통한 하마스 지도부 제거와 인질 구출 방식이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