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육아휴직 썼다고 승진 탈락시킨‘성차별’ 철퇴, 온당하다

2023. 10. 1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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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일러스트. 경향신문 자료사진

육아휴직을 썼다고 승진에서 탈락시킨 사업주에 대해 ‘성차별을 시정하라’는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한 직원 직급을 강등하고 승진에서 차별한 과학·기술서비스업체 사업주에 대해 지난달 4일 성차별 시정명령 판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지난해 5월 고용상 성차별 피해자도 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신설된 후 처음 적용된 사업장이다. 이번 판정은 피해를 본 육아휴직자들에 대한 처우가 ‘성차별’임을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크다. 남녀고용평등법 취지를 확인한 중노위 결정을 환영한다.

A씨는 육아휴직 복귀 후 파트장에서 직원으로 강등되고 승진이 누락되자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이 사건을 처음 맡은 지방노동위원회는 성차별이 아니라고 봤다. 육아휴직은 남녀 직원 모두가 사용하는 제도이므로 ‘성차별’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중노위는 이 판정을 뒤집었다. 지노위와 달리 육아휴직자 간 비교가 아니라 전체 직원과 비교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육아휴직을 더 많이 쓰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이 회사엔 육아휴직자는 승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도 있었다고 한다. 인구절벽 단계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이런 규정을 두고 불이익을 주는 회사가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사례가 이것뿐이겠는가. 직장인 절반가량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달 직장인을 설문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이 45.5%나 됐다. 제도가 부족한 건 아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2021년 국회 입법조사처의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개선 과제’ 보고서는 현행법상 사업주 제재 규정의 실효성이 낮은 걸 문제점으로 꼽았다. 남녀고용평등법상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처벌 사례는 적다. 저출생의 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육아휴직을 썼다고 차별하는 기업이 없어지지 않는 건 정부가 팔짱 끼고 있는 탓이 크다. 이런 악덕 기업들은 정부가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 뒤 1년 안에 퇴사자가 발생한 회사를 조사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문제 있는 회사를 상대로 근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저출생 허들을 넘으려면 부모 모두에게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등 획기적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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