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수도권 민심 확인에도 '친윤' 인사로 답한 與

박지원 2023. 10. 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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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지도부에 쓴소리 쇄도
정책위의장 유의동·최고위원 김예지
수도권 인사들 전진배치 노력에도
호남·충청권 소외는 여전 “실망감”
이준석 “당·대통령 종속관계 아니야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 풀어라” 촉구
與 지지율 32% 최저… 野 50% 넘어
국민의힘 신임 당직 인선을 두고 당 일각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통해 차가운 수도권 민심을 확인했음에도 결국 내년 총선 공천의 열쇠를 쥔 사무총장 자리에 TK(대구·경북) 지역 ‘친윤(친윤석열)’ 인사를 앉힌 건 지도부의 쇄신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金대표 모두발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화상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이만희 사무총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임명직 당직자 인선을 마쳤다.  이제원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16일 사무총장에 TK 재선 이만희 의원을 임명하고 정책위의장에 수도권 3선 유의동 의원, 지명직 최고위원에 비례대표 김예지 의원, 여의도연구원장에 수도권 재선 김성원 의원 등을 임명하면서 이른바 ‘김기현 지도부 2기’ 인선을 마쳤다.

신임 지도부 인선을 두고 당내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일부는 “무난한 분들로 채워졌다”, “이전과 비교해선 낫다”고 평가했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이 쇄도했다. 무엇보다 공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무총장에 친윤색이 강한 TK 지역 의원을 앉힌 것을 두고 쓴소리가 쏟아졌다. 영남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전 지도부와 비교하면 수도권 인사가 여럿 기용됐고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의원들을 앞세우려 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결과적으로 당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까지 주요 당직은 여전히 영남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영남 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김기현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영남은 거의 배제하는 정도로 하겠다’고 말했는데 핵심인 사무총장 자리에 이만희 의원이 와버렸다”며 “이 의원이 성품이나 능력이 훌륭한 사람인 건 나도 인정하지만 국민이 보기에 어떻겠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남·충청권 소외에 대한 실망감도 표출됐다. 충청권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이번 정국을 바로잡는 데 호남·수도권·충청권을 배려한 혁신적인 인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어제 얘기와 오늘 얘기가 다르니까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두고 보겠지만 첫인사는 아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만희(왼쪽), 유의동
당 안팎에서는 신임 지도부 인사들의 중량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량감보다는 초·재선 의원들이 앞으로 어떻게 당을 변화시켜 나가는지에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당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당은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도 두려운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중 해병대 채모 상병, 서이초 사건 등을 이야기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고서도 그 말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주 실망했다. 어제·오늘 많은 자괴감을 느꼈다”며 “제발 여당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를 인정해달라”고 말하며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외압 의혹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자신의 제명을 목적으로 온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는 “나는 아픈 사람 상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0%대를 넘겼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나왔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 집권 이래 최저치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2.9%포인트(p) 오른 50.7%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의힘은 4.3%p 내린 32.0%로 조사됐다. 정의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0.5%p 오른 3.1%, 무당층은 0.6%p 내린 10.1%였다.

민주당이 50%대를 넘긴 것은 52.6%를 기록한 2020년 4월 4주차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비례 위성정당과 함께 총 180석을 얻은 21대 총선 직후다. 경합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에서 대부분 승리를 거두며 지역구 253석 중 168석을 싹쓸이하던 때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무선(97%)·유선(3%) 방식으로 진행했고 응답률은 2.0%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지원·김병관·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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