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특별법 만들었는데…또 터진 수원 전세사기?
[앵커]
지난해 말 총 430억 원의 보증금을 가로챈 '인천 미추홀 전세사기' 사건 이후, 구리, 동탄 등에서도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이어졌죠.
이번에는 수원입니다.
50여 채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부부가 갑자기 잠적하면서 수백 세대가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인 겁니다.
사회부 김청윤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사건 개요부터 정리해보죠.
수원 전세 사기,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전세사기 사건의 기본 구조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비슷합니다.
계약 시기가 일찍 종료된 몇몇 세입자들이 먼저 피해를 입게 되고요.
알고 보니 비슷한 처지가 많더라는 게 추가로 확인되면 아직 계약이 남은 이들에게도 우려가 확산되는 구조입니다.
수원 전세사기 역시 아직 전체 피해규모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많게는 7백 세대가 피해를 입었을거란 주장이 나옵니다.
[앵커]
피해 우려 세대가 그렇게 많다는 건, 임대업자가 가진 건물이 여러 채였다는 뜻이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제가 된 임대업자는 정 모 씨 일가였는데요.
이들은 수원에 부부와 아들 명의로 51개 건물을 소유하고 전세를 주로 하던 지역의 유명 임대업자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이후부터 갑자기 연락이 안 되기 시작했고, 보증금을 못 받은 피해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앵커]
지금까지 파악된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기자]
지난달 초부터 오늘 오전까지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낸 사람만 134명입니다.
고소장 기준으로만 따져보면, 수원에서 약 160억 원, 화성에서 약 20억 원, 총 190억 원가량의 피해액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세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곳도 많아서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질 거로 보입니다.
피해자 단체는 자체 파악 결과 최종 피해규모가 709세대, 8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 피해자들이 많은 걸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30대 세입자/음성변조 : "진짜 얼마 안 되는 월급을 모으고 모아서, 대출을 받아서 저처럼 전세로 들어오거나, 어떻게 보면 평생 갚아나간다고 생각을 하면서 들어오는 집인데 이런 사회 초년생들을 상대로..."]
[앵커]
통상 계약을 체결할 때, 등기부등본도 떼 보면서 나름 확인작업들을 했을텐데, 세입자들이 왜 이렇게 당한겁니까?
[기자]
앞서 유명한 임대업자였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 유명세가 피해자들의 눈을 가린 요인이 됐습니다.
피해자들이 정 씨 일가 소유 건물에 근저당이 잡혀 있다면서 걱정하면, 부동산에서는 "정 씨 부부가 수원에서 60~70%의 매물을 가지고 있다"거나 "이 사람들이 망하면 수원도 망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피해자를 안심시킨 겁니다.
한 피해자도 부동산 중개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하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20대 세입자 : "(집주인이) 수원 일대에 빌라가 많이 있으신 분이고 오랜 기간 거래를 했던 분이라 크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라는 말을 되게 여러 번 강조 하셨던 것 같아요."]
[앵커]
정 씨 부부, 원래부터 전세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던 건가요?
[기자]
저희도 직접 해명을 듣고 싶어 오피스텔을 찾아가봤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정 씨와 관련된 법인이 18개인데, 이 가운데 몇 군데를 찾아가봐도 사무실이 이미 없어졌거나, 사람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우선 정 씨 부부와 아들 3명을 입건하고 출국 금지한 상탭니다.
또 계약에 참여했던 공인중개사 2명과 중개보조원 4명도 입건했습니다.
검찰도 별도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해 공조하고 있습니다.
자료 분석이 끝나는대로 곧 정 씨에 대해 소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에게 사기 의도가 있었는지 등은 소환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일이 반복되는게 참 안타까운데, 이런 일 막자고 지난 여름부터 전세사기특별법을 시행하고 있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7월부터 시행중인 이 특별법에 따르면 전세 피해자는 경매 유예나 정지를 신청할 수 있고 우선매수권도 갖게 됩니다.
저금리 대출도 이용할 수 있고요.
하지만 이 대상자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야 하고, 피의자가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또 부부 합산 연 7000만 원 이하라는 소득 기준도 충족해야 대출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 입장에서 사건 초기에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가 어렵고, 사기 의도 입증 역시 수사 막바지 단계에나 가능하다는 게 문젭니다.
이렇게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특별법 대상이 되는 걸 기다리다가 길거리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피해자들은 지적합니다.
실효성 있는 지원을 위해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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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윤 기자 (cyworl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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