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자’ 450만명 역대 최대…48만명, 소득 70% 빚 갚는다

박순빈 2023. 10. 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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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있어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은 '다중채무자'가 약 450만명으로, 역대 최대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양경숙 의원은 "고금리 추세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다중채무자와 취약차주의 수와 대출 비중을 보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취약계층 중심으로 가계부채 관련 위험고리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채무재조정 등 선제적 조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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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국감 제출자료
게티이미지뱅크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있어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은 ‘다중채무자’가 약 450만명으로, 역대 최대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의 70%를 넘는 취약차주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가계부채가 불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현상에다 경기 부진까지 겹친 터라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등의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현재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이용중인 다중채무자는 석달 사이 2만명 늘어난 448만명이다. 전체 가계대출 차주(1978만명) 가운데 22.6%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중채무자 수는 한은이 분기별 가계부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직전 최대 2022년 말·447만명)을 갈아치웠고, 전체 가계대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분기 말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전체 대출 잔액은 572조4천억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억2785만원이다. 3월 말과 비교해 3조3천억원, 113만원씩 줄었다. 하지만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 미만이거나 신용등급이 낮은(1000점 만점에 664점 이하) 채무자를 뜻하는 ‘취약차주’는 3월 말보다 1만명 늘어난 126만명이다. 특히 취약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7.1%로, 3월 말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3년 말(67.4%) 이후 9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6월 말 현재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취약차주 비중은 6.4%로 1분기(6.3%)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4분기(6.4%) 이후 2년반 만에 가장 큰 비중이다. 디에스아르가 70%를 넘는 취약차주도 48만명으로, 전체 취약차주의 37.8%를 차지하며 석달 사이에 3만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해 갚아야 하는 대출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인 디에스아르가 70%를 넘으면 금융기관에서는 부채 상환 능력이 한계에 이른 상황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다중채무자의 대출 연체율을 보면 취약차주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다중채무자 가계대출의 전체 금융권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0.9%로 떨어졌다가 이후 계속 상승하며 올해 2분기에는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1.4%)을 기록했다.

양경숙 의원은 “고금리 추세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다중채무자와 취약차주의 수와 대출 비중을 보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취약계층 중심으로 가계부채 관련 위험고리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채무재조정 등 선제적 조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역시 최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지속해오던 가계대출이 지난 4월부터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전환한 이후 증가폭이 확대되고 전체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전체 차주와 비교해 더 빠르게 상승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 부정적 소득 충격이 발생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민간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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