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만으로 AI 인재 유출 막지못해…다양성·형평성 보장이 핵심"

미리 보는 글로벌 인재포럼
플뢰르 펠르랭 前 프랑스 문화부 장관 인터뷰
교육이 기술만 가르쳐선 안돼
초거대 AI 시대 대응위해
문제 풀어나갈 능력 키워줘야
변화 적응하고 협력 배우는 등
'대학졸업장' 여전히 의미있어

“초거대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디지털 혁신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습니다. 혁신은 늘 우리가 배우고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습니다.”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교육이란 디지털 혁신 같은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미래 세대를 준비시키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계 입양아인 펠르랭은 프랑스 중소기업디지털경제부 장관, 통상관광 국무장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프랑스 최초 아시아계 장관이었다. 지금은 벤처캐피털(VC)인 코렐리아캐피털에서 미래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그는 곧 한국을 찾아 디지털 혁신과 인재 육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달 1일 개막하는 ‘글로벌인재포럼 2023’에서 ‘디지털 빅뱅과 글로벌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의 대담도 예정돼 있다.

대학졸업장 무용론에 “NO”

일부 사람은 ‘AI 시대에 대학 졸업장은 종잇조각에 불과하다’고 한다. 펠르랭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여전히 대학 교육은 유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교육이란 단지 유망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AI를 비롯한 사회 변화에 적응해 조화롭게 살아가고 동료와 협력할 수 있도록 문제해결력을 길러줘야 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AI는 대학 교육의 중요성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펠르랭 대표는 “한국은 AI 분야의 리더로 부상할 수 있는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 이유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인재들”을 꼽았다. 그는 “한국 기술 기업은 엄청난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반도체만 봐도 AI산업 가치 사슬 전반에 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한국 창업자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해외시장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지금까지와 다른 성과 지표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인재 잘 지켜내야”

앞으로는 AI 인재를 길러내는 것만큼 지키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인재는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경쟁력을 위해 두뇌 유출이 적게 일어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펠르랭 대표는 “지난 10년간 프랑스 정책 입안자들은 기술 인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2년부터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인 ‘라 프렌치 테크’를 시행 중이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육성 공간인 ‘스테이션F’가 이 정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펠르랭 대표는 라 프렌치 테크의 시작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과거에는 프랑스의 재능 있는 기업가와 과학자들이 해외 빅테크로 떠나갔다”며 “이들이 프랑스로 돌아와 AI 분야에서 자신들의 회사를 세우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월급만으로는 AI 인재를 붙잡을 수 없다고 봤다. 그가 강조한 건 DEI(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다. “젊은 인재에게는 급여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펠르랭 대표는 “다양성 면에서 뒤떨어진 기업은 젊은 인재와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며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프랑스에서는 매우 적극적인 성평등 정책을 펼쳤고,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는 다른 서구 국가들에 비해 기업과 정부에 여성 지도자가 많다”며 “이는 다음 세대에 다양한 역할 모델을 보여줘 동기 부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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