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예산투입보다 결과를 중시해야
최악은 예산소진 등 투입(input) 중심 성과지표이다. 이런 지표는 성과와 무관하게 돈만 쓰면 된다는 목표를 부여한다. 예컨대 해양수산부의 청년어촌정착지원 사업은 사실상 보조금 수혜자 수가 성과지표이다. 그러면 해수부는 보조금 부정수급을 눈감아 주게 된다. 열심히 색출할수록 수혜자가 줄어 '성과' 달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업 종료 후에도 어촌에 정주하는 청년 수를 지표로 하길 권한다. 이참에 2018년 이후 정부 돈을 받은 청년들이 아직도 어촌에 사는지 해수부는 확인해 보길 권한다.
교육부는 작년 국립대 육성사업을 마감하면서 2017년 대비 2020년의 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가 13.2% 상승한 것을 성과로 발표했다. 그러나 2015년과 2021년의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비교하면 9개 지방거점 국립대학 중 제주대를 제외한 8개 대학의 순위가 모두 하락했다. 예산 쓰는 것은 성과가 아니다.
과정(process) 중심 성과지표는 전시행정을 부추긴다. 이는 기관평가에서 흔히 나타난다. 행정안전부의 재난관리평가는 홍보물 제작, 회의참석 회수 등 주로 과정을 평가한다. 평가 초기엔 나름 의미가 있다. 할 일을 알려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행 18년이나 되었으면 이젠 성과중심 지표로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홍보물 제작을 지표로 하기보다는 그 결과인 재난행동요령 숙지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시군구별 비교하는 것이 낫다.
투입이나 과정보다는 낫지만 산출(output) 성과지표는 공무원의 시야를 좁게 만든다. 해양수산부의 귀어학교는 수료생 숫자가 성과지표이다. 그 결과 신청자를 늘리기 위해 학비는 물론 숙식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교육수준 제고에는 관심 둘 이유가 없다. 그 대신 수료생 중 귀어민 비율을 성과지표로 하길 권한다. 그러면 교육 내용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녹색제품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환경부는 그린카드 발급좌수를 성과지표로 한다. 그 결과 휴양림 이용 등 환경을 훼손하는 수단까지 동원하여 카드발급 확대에 몰두하고 있다. 할인카드가 있다고 녹색제품 소비가 느는 것은 아니다. 전체 소비액 중 친환경제품 구매비율을 목표로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타 부처의 성과지표를 매의 눈으로 걸러야 한다. 그러나 가끔 기재부의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 기재부는 12대 핵심 재정사업을 선정하여 특별관리한다. 그러나 그중 2개 사업은 의문이다. 먼저 농수산물 할인사업은 핵심 재정사업으로 부적절하다. 정부의 물가안정 역할은 비축사업 등 공급을 통해 달성해야지 재정을 통한 할인사업은 '핵심'이 아니다. 또 할인사업은 성과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판매자들이 할인액만큼 가격을 올리고 할인해주는 척하는 행태를 단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병 근무여건 개선도 부적절하다. 사병의 월급이나 급식도 개선해야 하나 한국형 3축체계 등 북핵 대응력 제고가 국방부의 핵심사업이어야 한다. 또 월급인상은 예산을 쓰면 효과가 바로 나오므로 성과관리가 필요 없다. 핵심재정사업은 각 부처의 핵심사업 중 특별한 성과관리가 필요하고 또 가능한 사업으로 선정해야 한다.
각 부처가 예산사업의 투입보다 결과(outcome)를 중시하게 만들려면 기재부가 부처의 사업별 성과지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일단 이번 국회심의에서 예산소진을 성과지표로 하는 사업은 과감하게 폐지·삭감되었으면 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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