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국감 줄소환 올해도 여전…환노위 26명·산자위 15명 불러
정몽규 회장엔 가족 이름 언급
이종현 대표엔 "월급쟁이 사장"
질의보다는 호통·모욕 주기 급급
"프랜차이즈 납품 단가 낮춰달라"
국감 직전 불러 민원 요구하기도
기업인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시켜 모욕을 주는 행위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현안 파악을 위한 질의보다는 호통을 쏟아내며 힘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16일 정무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에게 “큰아버지 정주영 전 회장이나 아버지 정세영 전 회장이 지금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하겠냐”며 “이런 부도덕한 사람이 전 국민이 사랑하는 축구의 협회장을 맡을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제기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사업 인허가 관련 이면계약 의혹을 정 회장이 부인하자 가족 이름까지 언급하며 모욕한 것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국감장이 기업인들을 불러 욕보이는 자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증인 채택이라는 권력을 활용해 지역구나 개인 민원 해결을 기업에 요구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기업인 욕보이는 의원들
이날 정무위에서 곤욕을 치른 기업인은 정 회장뿐만이 아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증인으로 신청한 이종현 KG할리스F&B 대표를 향해 “월급쟁이 사장 아니냐”며 “실질적 경영주가 아니기 때문에 답변 능력이 없다. 들어가라”고 외쳤다. 이 대표가 엄연한 최고경영자(CEO)임에도 본인의 입맛에 맞는 답변을 하지 않자 무턱대고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깎아내린 것이다.
기업인의 증인 채택이 잦은 정무위에서는 기껏 불러놓은 기업인에게 질문을 한 차례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 10월 정무위의 국감에 출석한 박홍균 튼튼영어 대표는 질문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하고 4시간 가까이 국감장을 지켰다.
국감장이 개인적인 민원 해결 창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올해 한 의원은 모 플랫폼 업체 임원을 국감 증인으로 불렀다. 집에서 주문한 물품이 예상한 시일보다 하루 늦게 배달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업체는 “플랫폼 내에 입점한 업체의 문제지만 앞으로 잘 관리하겠다”고 설명했으나 증인 채택을 피할 수 없었다.
양당 지도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해 소속 의원들에게 국감 증인으로 기업인을 채택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매년 국정감사 때면 국회가 기업 총수와 경제인을 무리하게 출석시켜 망신을 준다거나 민원 해결 용도로 증인 신청을 하는 등 제도를 남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여야 불문하고 과도한 증인 신청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상임위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기업인을 국감 증인으로 불렀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채택한 기업인 증인은 지난해 22명에서 올해는 26명으로 늘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기업인 증인도 올해 15명으로 작년보다 4명 늘었다.
“증인 빼주겠다”며 별별 요구도
국감 증인 채택을 빙자한 의원들의 갑질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개인적인 민원은 물론 지역구 인사들의 요구사항까지 증인 채택을 빌미로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국감을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실에서 호출을 받았다. “업계 이슈와 관련해 대표이사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이유였다.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담당 직원은 곧 의원실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됐다. 지역구 실세인 모 인사가 운영하는 해당 프랜차이즈 지점에 납품하는 재료의 단가를 낮춰달라는 것이었다. 변칙적인 방법으로 요구를 수용한 뒤 이 업체는 국감 증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다른 공공기관도 국감 증인 불채택의 반대급부로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 해당 기관이 지역에서 벌이는 지원사업에 요건에 맞지 않는 의원의 지인들을 포함해달라는 요구였다. 감사원 등의 감사가 두려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해당 기관장은 여지없이 그해 국감장에 불려 나갔다.
한 기업에서 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한참 증인 채택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의원실을 나서기 직전 ‘의원님 출판 기념회가 언제 있다’며 ‘성의 표시’를 요구받는 건 애교”라고 했다. 그는 “‘가족이 택시를 불렀는데 늦게 왔다’거나 ‘숙박시설 예약이 잘 안 되더라’며 관련 업체의 국감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노경목/전범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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