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병훈 칼럼] 기준금리 동결과 긴축재정이 필요한 이유

2023. 10. 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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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인해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이란까지 참전하는 최악의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배럴당 64달러나 올라 15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와 같이 예상치 못한 대외적 충격에 19일 예정되어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의 기준금리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생산비용을 올려 추가적으로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고 생산을 위축시킨다. 또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을 늘려 순수출을 감소시키고 국내총생산을 떨어뜨린다. 즉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유발한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경기 침체 위험성이 커지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그렇지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통화정책의 효과를 보여주는 지표인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의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은 작년 11월 정점인 4.3%에서 올해 7월 3.3%까지 하락한 후 9월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9월에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대비 0.1% 하락했다.

식료품 가격은 강수량, 일조량 등 기상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고, 에너지 가격은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에 따라 큰 폭으로 변한다. 기상 조건과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 모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는 외생적인 요인이다. 그러므로 이 두 품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것이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하락 추세라는 것은 연 3.5%인 현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해도 물가상승률은 추세적으로 하락함을 의미한다. 만약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하면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는 속도는 더 빨라지지만, 경기 침체 위험성은 커진다. 한국이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에 속함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경기 침체 위험성을 증가시킬 필요가 없다.

둘째,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의 위험성 증가를 고려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7월말 원화대출 연체율이 0.39%에 이르렀다. 작년 6월말 원화대출 연체율이 0.20%였음을 고려하면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 2020년말 0.55%에 불과했던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해 6월말 2.17%가 됐다.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의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을 늘려 원화 대출과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의 위험성을 키운다. 그러므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시차를 두고 근원 소비자물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행도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 심화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정부의 긴축 재정이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작년 6월 전년 동월 대비 9.1%였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한국과 같은 3.7%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산유국인 미국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보다 낮아지면 원화 가치가 달러화보다 더 빨리 하락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더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물가상승률 하락하는 속도를 증가시켜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긴축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최소화해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박자를 맞춤으로써 물가상승률이 더 빠르게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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