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원의 컨틴전시 플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경고

조창원 2023. 10. 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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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딘교수, 여성노동 천착
한국 인구위기 혜안 제시
출산 느는 U자 곡선 주목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다. 지난 9일(현지시간) 수상자로 선정되기 전까지 골딘 교수는 한국에선 낯선 학자였다. 기존 경제학상 수상자들에 비해서 말이다. 인터넷창에 뉴스 검색을 해보면 안다. 네이버 뉴스 검색에 '클로디아 골딘 교수'라는 단어를 치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후 관련 기사들이 쏟아진다. 수상 소식 전에 뜨는 기사는 총 26꼭지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사가 외신발 기사를 인용한 수준에 그친다. 그나마 10여년 전부터 골딘 교수의 인사이트를 알아챈 사람이 있긴 하다. 초당대 박종구 총장이 골딘 교수를 인용하며 여러 차례 칼럼을 게재한 게 눈에 띌 정도다.

골딘 교수의 주요 연구 주제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성별 격차에 관한 연구'다. 거시경제가 아닌 여성에 국한된 노동경제학 분야라서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저출산 국가가 되면서 노벨상으로 공인된 학자를 우리의 현실로 초대했다.

그의 등장에 뜨끔한 면도 있다. 우리는 그를 잘 모르는데 그는 한국의 인구위기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노벨상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인구문제 실상을 언급한 내용 3가지가 머리에 콕 박힌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6명이란 현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전통문화 간 충돌이 저출산 문제를 키웠다고 진단한다. 직장문화도 사회변화에 못 미쳐 여성의 사회진출이 더디고 저출산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골딘 교수의 학문적 업적은 100여년간 미국의 대졸 여성들을 다섯 세대로 나눠 성별 소득격차를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물이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한때 감소했는데 20세기 이후 서비스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여성의 교육수준도 지속적으로 향상됐다. 그런데 여성은 여전히 세계 노동시장에서 얻는 수입이 남성보다 적다는 게 문제다.

골딘 교수 연구의 궤적을 꿰뚫는 모델은 일명 'U자' 곡선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줄어들던 여성 노동자도 덩달아 늘어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U자 형태를 보인다. 문제는 여성의 경제참여율에 비해 그들이 받는 임금과 지위 보상은 U자에 못 미친다는 역설이다. 경제활동에 여성의 참여가 늘고 보상도 그만큼 늘어야 완전한 U자 곡선이 완성된다. 두 가지 모두 성립하지 않으면 인구위기 극복과 경제성장은 이룰 수 없다.

U자 곡선은 인구 문제 연구에서 널리 검증됐다. 프랑스, 독일, 영국, 스웨덴 등 초저출산 국가들의 합계출산율이 상승반전하는 U자 곡선을 보였다는 연구들이 많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결과다. 주목할 점은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면 출산율도 다시 높아진다는 현상이다. 출산율과 여성 고용률 간 U자형 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그 사회가 성평등 노동시장이라는 전제다.

한국의 인구해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소위 이행의 늪(계곡)에 빠져 있다. 여성이 일과 돌봄을 동시에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둘 중 하나를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여성들은 출산기피 전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인구정책의 목표를 U자 곡선에 둬야 한다. U자 곡선을 만드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저출산이나 고령화 등 기계적 단편적 현상만으로 접근해선 성과를 낼 수 없다. 인구위기의 큰 궤적을 읽고 판을 흔들어야 한다. 적당주의와 임시방편 정책으로 일관하면 L자형에 그칠 것이다. 작심하고 덤벼들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려 펑퍼짐한 U자 곡선에 머물 것이다. 기존의 콘크리트 문화를 깨고 전략적 올인을 할 때 U자 곡선을 그릴 수 있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을 미리 걸었던 유럽 국가들과 골딘 교수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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