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장 안전위험 민원 넣었더니 ‘불법행위’ 조사 통보한 경찰
경찰이 건설현장의 위험요소 신고 민원을 두고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며 민원인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민원에 대한 조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정부의 ‘건폭몰이’에 발 맞춰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과 건설노조 등에 따르면, 건설노조원 A씨 지난해 4월 서울 영등포구 한 어린이집 신축 건설 현장의 안전조치 위반사항을 안전신문고에 신고했다. 해당 현장에 추락 방지 안전망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가스통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다. 콘크리트 잔여물을 방치하는 등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안전신문고는 생활 주변에 안전위험 요인을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A씨는 지난 10일 영등포경찰서 강력팀으로부터 “건설노조 불법행위 판단을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소환조사 통보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는 “경찰서는 2022년 전체 민원제기 내용을 영등포구청으로 회신받아 민원대상자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적혔다. A씨의 민원제기가 건설노조 차원의 불법행위가 아닌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구청으로부터 민원내용을 전달받아 전수 조사를 한 건 맞다. 지속적으로 민원제기를 하면 공사 진행이 어려워진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일부러 신고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건설사들이 피해를 호소해 지난해 12월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민원에 대한 내용은 현재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영등포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련의 부실공사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건설현장 위험상황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면 민원인이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건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건설현장 폭력행위에 대해 구민 원성이 있어 수사한 것”이라며 “특별한 혐의가 있어 수사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개인정보로 보호되어야 할 민원신고 내역까지 뒤져 출석요구까지 했다는 점에서 ‘특정 노조 탄압’을 목표로 조합원 개개인을 특정해 뒷조사한 명백한 과잉·부당수사로 볼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건폭’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경찰의 충성경쟁으로 국민이 민원 제기하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는 극단 상황까지 놓이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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