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명의 도용" vs "선관위가 하늘에 있나" 보안점검 공방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정보통신기술) 산하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국가정보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점검 및 AI(인공지능) 데이터 예산 등을 두고 여야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K-DATA)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야당은 국정원이 선관위 해킹 가능성과 관련한 발표를 통해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 영향을 주려했던 의도가 명백하다며 KISA가 보안점검에 참여하는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앞서 국정원은 7월17일부터 9월22일까지선관위· KISA와 합동으로 선관위에 대한 사이버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이후 국정원은 강서구청장 선거 하루 전인 지난 10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투·개표 시스템 해킹 취약점 등 선관위 관련 사이버 보안관리 부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보도자료에 국정원과 KISA의 이름이 나란히 나온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정원이 이름을 알아서 넣은 것이라면 KISA의 명의를 도용한 것이다. 왜 이의제기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선관위의 보안체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보안점검의) 목적이라면 국정원은 KISA와 점검 대상인 선관위와 함께 충분한 협의를 거쳐 공개 범위와 내용 등을 조절해 발표했어야 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을 통한 언론장악,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통한 연구 탄압에 이어 국정원을 앞세운 선관위 길들이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반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이 보안점검 결과를 외부에 공개한 적이 통상적으로 없지만 지난 7월17일 이미 선관위가 국정원·KISA와 합동 보안점검 컨설팅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결과 보고 차원에서 보고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5월 국회와 언론을 통해 선관위 시스템의 관리와 북한 해킹에 대한 부실 의혹이 많이 질타 됐다"며 "국민 의혹 해소 차원에서 필요했다. 선관위가 하늘에 있는 기관은 아니다"고 말했다.
AI 분야에 대한 평가 및 예산안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AI 학습용 데이터 사업으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약 1조2574억원이 집행됐다"면서 "매년 예산이 늘어나다가 2022년에는 5595억원이 집행돼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저임금 일자리만 양산하는 등 투입한 예산만큼 성과가 없었다"고 했다.
반면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내년 AI 구축 사업에 31.8%가 삭감됐고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 바우처 클라우드 등도 마찬가지로 다 떨어졌다"며 "정부 예산 자체가 완전히 잘려버리거나 줄어들면 세계 3대 AI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정부 디지털 전략은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했다.
정책 질의도 이어졌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정보통신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및 도소매업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해킹 신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사이버 침해 대응 인력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현행법상 사이버 침해 사고 발생 통지 의무 '미이행'에 대해 제재 조치가 없는 것이 해킹 증가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시행 5년 차를 맞은 ICT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실적 쌓기에 급급한 보여주기식 제도라는 지적이 있다"며 " 최대 4년의 사업 허용 기간 내에 관련 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그런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부처가 선도적이고 구체적인 제도적 기반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야 공방 속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질의 과정에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선거 부정 음모론이 부활하고 있다며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역술인 천공이 개표 부정을 주장하는 영상을 재생했다. 이에 위원장 대행을 보고 있던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리 국회의원이 국감장이라도 해도 천공 정법 강의 음성을 트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감장이라고 함부로 다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다"며 "개별 의원질의도 상황에 맞게 하라"고 했다. 그러자 야당 측에서 위원장 대행이 질의를 검열한다며 항의하면서 잠시 소란이 일었다.
한편 여야는 이날도 남은 과방위 국정감사 일정에 대한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했다. 국회가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을 요구하려면 7일 전까지 통지서를 보내야 한다. 오는 26일과 27일 열리는 과방위 종합감사에 증인을 출석시키려면 오는 19일까지는 여야가 증인채택에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박완주 의원(무소속)은 이날 국정감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증인 채택에) 합의되지 않았다고 해서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증인 없이 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오점이 될 것이고 (장제원) 위원장 경력에도 오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오늘(16일)내일(17일) 중 시간이 있다. 합의된 증인은 합의된 대로, (합의가) 안된 분은 추가로 논의해서 국감 증인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가능하면 박성중 간사와 오늘(16일) 중 정리해보는 것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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