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급한 불 껐지만…업계 “이대로면 中企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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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의무공시를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추기로 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예정보다 1년 미뤄 ESG 공시의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공시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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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업계 좌불안석, 나라마다 기준 제각각
공시 검증·인증 부재, 책임 면제기간도 없어
중견·중소기업 무더기 공시위반 페널티 우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의무공시를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추기로 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예정보다 1년 미뤄 ESG 공시의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공시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만큼 ESG 공시 기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기업이 준비할 내용이 많다는 얘기다.
이르면 내달 발표되는 ESG 공시 최종안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중견·중소기업의 공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최종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에 기획재정부 주관 ‘민관 합동 ESG 정책협의회’를 거쳐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2024년 경영 계획을 준비 중인 기업 상황을 고려할 때 ‘1년 이상 도입 연기’ 방침부터 미리 발표하는 게 필요했다”며 “최종안은 미국의 ESG 공시 로드맵 발표 일정 등 해외 상황도 봐야 하기 때문에 빠르면 11월, 늦으면 내년에 발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함께 ‘국내 ESG 공시제도 도입 원칙’ 3가지 방향에 대해선 의견을 모았다. 글로벌 정합성을 맞추되, 우리나라 산업 구조·기업 특수성 등 국내 여건을 균형 있게 반영하겠다는 원칙이다. 또한 대형 상장사부터 단계적 도입하고 공시위반 제재 최소화한다. 이와 함께 해외 도입 시기, 국내 준비 시간을 고려해 최종 도입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의무공시 일정이 연기돼 환영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는 남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18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 61.1%가 ‘모호한 공시 개념과 명확한 기준 부재’를 1순위 ESG 공시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전 세계 자회사 정보를 공시해야 하는데 나라마다 기준이 제각각이고, 세부 기준도 없어 막막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대로 된 ESG 공시를 위한 지원 방안이 사실상 없는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ESG 공시 도입 시기가 주목받고 있지만 정확하게 제대로 공시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ESG 공시를 어떻게 검증할지, 인증 체계를 어떻게 만들지 논의해야 한다. 연습 없이 시행하면 무더기 페널티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애초 업계에서는 ESG 공시 시행 후 2~3년간 책임 면제기간을 두자고 건의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은 ESG 공시를 지키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례로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의무가 적용되면 대기업 협력업체까지 제조공정 전반의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을 파악해야 한다. 현대차(005380)에 ESG 공시가 적용되면, 협력업체도 관련 대비를 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높다.
전문가들은 중소·중견기업 지원 대책부터 면밀하게 만들 것을 주문했다. 김의형 전 한국회계기준원장은 “협력업체가 ESG 공시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대기업 수출기업까지 그 파장이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물적·제도적 지원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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