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산전북대병원 조성 부지에 멸종위기 물고사리 확인…훼손 가능성도

김진영 2023. 10.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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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분원 조성 부지 가보니
곳곳서 물고사리 자생 확인
2~5㎝ 내외 어린 개체만 발견
전문가 "인위적 훼손 가능성" 제기
의도적으로 농약 살포 주장도
전북대병원 "사실무근" 일축
전북환경청 "결과 검토만 가능"
지난 12일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전북대병원 군산 분원 부지에서 발견된 물고사리를 가리키고 있다. 군산=김진영 기자

전북대병원 군산 분원(군산전북대병원) 조성 부지 내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물고사리' 서식이 실제로 확인됐다. 전북대병원은 두 차례나 걸쳐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지만 물고사리 서식을 제때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장을 방문한 환경전문가는 인위적인 훼손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대병원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16일 전북환경운동연합과 군산전북대병원 등에 따르면 최근 전북지방환경청이 군산전북대병원 설립 부지에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물고사리'가 자생할 가능성을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군산전북대병원은 군산시 사정동 일대 10만 8,022㎡ 부지에 500 병상,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올 하반기 건립할 계획으로 이달 중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물고사리 없다더니…현장 곳곳서 발견

지난 12일 오후 2시쯤 본보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군산전북대병원 조성 부지를 둘러본 결과 현장 곳곳에선 물고사리가 발견됐다. 10월 추수기를 앞두고 잘 정비된 농수로 인근에선 물고사리 새순이 막 싹을 돋고 있었다. 물고사리 개체는 농수로와 농로를 따라 산발적으로 확인됐고, 외곽뿐 아니라 부지 안쪽에서 2~5㎝ 내외로 쉽게 눈에 목격됐다.

이는 전북대병원이 "지금껏 군산 분원 부지에서 물고사리의 자생이 확인됐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고 주장해 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북대병원은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6차례에 걸쳐 문헌 조사를 실시했고, 지난 2019년 1월과 6월엔 각각 현장 조사까지 마쳤다. 더욱이 문헌 조사에서 확인된 물고사리는 주요 조사 대상 중 하나이다. 그러나 전북대병원은 지난 4월 결과 보고서를 통해 "문헌조사 시 사업지구에서 남서 측으로 약 3.6㎞ 이격 된 백석제, 남측으로 약 270m 이상 이격된 경포천 인근 농경지에서 (물고사리 자생이) 확인됐으나, 사업지역 현지조사 시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작은 개체만 산발적 자생…인위적 훼손 있었나

12일 전북대병원 군산 분원 부지에서 확인된 물고사리 개체. 군산=김진영 기자

물고사리 군락이나 큰 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석연찮다. 인위적 훼손의 흔적일 수 있어서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지금은 물고사리가 생육을 완전히 마친 시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최대 20㎝ 내외의 큰 개체와 작은 개체가 함께 발견돼야 한다"면서 "새순만 발견된 것은 큰 개체를 인위적으로 제거하고 이후 새롭게 돋은 개체만이 확인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된 전북대병원 측이 사전에 물고사리의 서식을 인지했고 이를 제거하려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전북대병원은 지난 8월부터 물고사리 자생을 인지했고, A팀장이 앞선 11일 등 총 5차례에 걸쳐 병원 부지를 찾아 물고사리를 제거했다"며 "초기엔 직접 뽑았고, 나중엔 농약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A팀장의 출장 내역에는 같은 기간 군산전북대병원 부지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8조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을 포획, 채취, 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전북대병원 "훼손 주장은 사실무근" 일축

하지만 전북대병원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A팀장은 업무상 수시로 출장을 나가는 데다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현장을 자주 방문한 것일 뿐 물고사리와는 무관하다"며 "지난 11일 출장은 부지 내 벼농사 추수 현황을 확인하고 경작시기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주장에 대해선 이미 자체적으로 조사했지만, 근거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유희철 전북대병원장도 "군산병원 설립도 중요하지만,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억지로 죽이는 행동은 없다"고 말했다.

전북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물고사리는 생육 특성상 8~10월에 자라기 때문에 1~6월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선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환경청은 사업시행자가 실시한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한 검토만 담당할 뿐 조사를 직접 실시할 의무와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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