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강남 납치·살해 4인조' 사형 구형…"엄벌로 유족 아픔 달래야"

강남 한복판서 40대 여성 납치·살해 
4인조, 결심까지 "살인 의도 없었다"

서울 '강남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4월 9일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일당 4명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승정)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사건 주범인 이경우(36)와 공범 황대한(36), 범죄자금을 건넨 공범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에게 사형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이경우와 황대한의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연지호(30)에게는 무기징역을,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해 범행을 도운 황대한의 지인 이모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빼돌려 제공한 것으로 조사된 이경우의 부인 허모씨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 일당은 지난 3월 29일 오후 11시 46분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40대 여성을 납치하고 이튿날 살해해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강도살인예비·사체유기)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피해자의 사인은 '마취제 성분 중독'으로 추정됐다. 사건 배후로 지목됐던 유상원 부부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피해자와 갈등을 빚다, 살해하자는 이경우의 제안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범행 자금 명목으로 이경우 일당에게 7,000만 원을 건넸다.

이들은 공판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이경우 변호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사전 계획한 사실이 전혀 없고, 피해자가 약물에 중독돼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최후 변론했다. 황대한 변호인도 "허씨가 제공한 약품의 양이 사망에 이를 정도가 아니었음을 고려하면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해당 죄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는 귀가 도중에 납치돼 영문도 모른 채 사망했고, 사망 직전까지 가상화폐 계좌 비밀번호 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피고인들 대부분이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수사기관을 비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유족들은 극심한 피해 감정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을 엄하게 처벌해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충격과 공포에 빠진 국민을 위로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