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인재쏠림 망국병…의대정원 확대가 '처방전'
국가인재 블랙홀…경쟁통한 인력 재배치 계기로
의사 부족도 심각, 방치땐 10년 뒤 재앙 불보듯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말 윤석열 대통령에게 300~500명 선의 단계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보고했다. 6월 27일 개최한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 등을 통해 전문가들 의견을 취합한 결과를 바탕으로 뽑은 수치였다.
16일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듯 한번에 더 큰 폭의 인상을 주문했다. 300~500명 정도 단계적 증원도 의사단체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큰데 윤 대통령은 왜 이런 요구를 했을까.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사 인력 양성에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10년 후 의사 인력 수급을 위해서는 지금 결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10년 안에 의사 부족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지금 상황을 방치하면 2035년에는 의사 2만7232명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수가 문제는 제도를 바꾸면 바로 효과가 나오지만 의사 양성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먼저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00명 이상의 의대 정원 확대까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로스쿨 출범, 변호사시험 합격자 증원, 그리고 그 이후 펼쳐진 법률 시장 변화를 윤 대통령 자신이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이 생기고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로스쿨이 인재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출범 초기 우려와 달리 오히려 법조인 쏠림 현상을 완화시켰다는 것이다. 변호사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호사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제1회 변호사시험이 실시된 2012년 3조6096억원이던 법률 시장 규모가 2021년 7조7051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지만, 변호사 1인당 연간 매출은 같은 기간 2억4886만원에서 2억4632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기간 물가가 오른 점을 감안하면 실질 수입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변호사 수는 1만4534명에서 3만1281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교육계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N수생 확대를 가져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해 인재 재배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입시학원 관계자는 "한때 뜨거웠던 교대 열풍이 사라진 것처럼 입시는 미래 직업 전망에 의외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의사들의 장래 기대수익이 줄어들면 의대 쏠림 현상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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