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더 잘속는 1020세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시급
英연구서 "가장 취약 연령층"
허위정보 접촉 유튜브서 '최다'
개인방송·SNS·종이신문 順
SNS·생성형AI 타고 급속전파
허위 정보에 안 휩쓸리려면
비판적 검증·활용능력 길러야
게티이미지뱅크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딥페이크를 악용한 정체불명의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어 이를 판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오가는 데다 기술의 급진화로 새로운 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처벌과 규제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청소년이 가짜뉴스에 현혹될 위험이 높아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1020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언어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분신으로 여기면서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유튜브를 시청하며 타인과 소통한다.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는 뜻으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아가 1020세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또래 집단과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하는 데 익숙하다. 이들은 디지털 공간에서 감정을 나누고 교류하며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해 7월 13일부터 9월 7일까지 전국 청소년(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중복 응답 허용)을 진행하고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를 발표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본다는 비율은 2019년 30.8%에서 2022년 63.7%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뉴스 소비 비율도 41.4%에서 49.3%로 높아졌다. 대조적으로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28.8%에서 15.3%로 3년 새 13.5%포인트 감소했다.
문제는 1020세대에 친숙한 디지털 플랫폼이 가짜뉴스 전파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 8월부터 SNS 플랫폼에 가짜뉴스, 폭력적 콘텐츠 유통을 막기 위해 SNS 규제법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했을 정도다. 이 법에 따라 SNS 플랫폼은 유해·불법 콘텐츠를 신속히 제거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위반 시 연간 글로벌 수익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받을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 유통의 중심이 됐지만 기존 방송, 신문 등에 비해 책임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이 2020년 7월 24~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가짜뉴스를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접촉하는지 질문한 결과, 유튜브가 5점 만점에 3.93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점수가 높을수록 가짜뉴스 노출 빈도가 높다는 의미다. 팟캐스트 등 개인방송(3.81점), 소셜미디어(3.74점)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종이신문과 지상파 방송은 각각 3.07점과 3.08점을 기록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조사 결과, 인터넷 이용 시간이 길수록 가짜뉴스 판별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공간에서 '9시간 이상' 머무는 그룹에서 20점 만점에 16점 이상 맞은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반면 '2시간 이하'로 시간을 보낸 그룹에선 약 30%가 16점 이상을 받았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 세대는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으로 뉴스 정보를 접하고 전달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가짜뉴스나 잘못된 정보에 취약할 수 있다"며 "특히 비판적 사고 역량이 부족한 청소년은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이를 수용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디지털 기술에서는 앞서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개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낮다는 분석이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핀란드가 지난 5년 연속 유럽 미디어 리터러시 조사에서 가짜뉴스 판별력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디어의 본질을 다루는 교육과 실습을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교육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AI 시대에 알맞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유신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장은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악용하면 허위정보가 무분별하게 대량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에 미국, 핀란드 등 선진국이 AI가 생산한 허위정보를 구분할 수 있는 체계적인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Media·매체)와 리터러시(Literacy·문자를 쓰고 읽는 능력)를 합친 단어로, 미디어를 이해하고 매체가 전달하는 내용을 분석해 평가하는 능력을 뜻한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독하며,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포함한다.
[김대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월급은 쥐꼬리, 월세는 ‘강남급’…살고 싶은 곳 1위 ‘이곳’ 다 떠나네 - 매일경제
- 중국돈 빌려 쓰다가 파산 파산 파산…유럽 이 나라는 중국 ‘손절’ - 매일경제
- 비아그라 먹었을 뿐인데…3시간 뒤 남성에게 벌어진 끔찍한 일, 뭐길래 - 매일경제
- “아버지께 연락좀 드리라”…댓글 단 네티즌, 조민에 무슨일이? - 매일경제
- “누가 대표하라 했나”…미인대회 참가소식에 발칵 뒤집힌 이 나라 - 매일경제
- 한국형전투기 KF-21, 국민에 첫 공개…한미 공중비행 선두에 [현장르포] - 매일경제
- 바이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한다면 큰 실수될 것” - 매일경제
- “좋은 일 생기려나”…경남 의령 ‘국내 최고령 500살 감나무’서 감 수십개 열려 - 매일경제
- 눈물 흘린 이준석…“尹 대통령 안 바뀌면 총선 못 이긴다” - 매일경제
-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빛났던 임찬규, 이제 KS만 남았다 [MK초점]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