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대입개편, 이상과 현실 사이
지난 10일 교육부가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한 후 학생들 반응은 여러 갈래로 엇갈렸다. 바뀐 수능 체제 직전 연도에 수능을 치르는 올해 중학교 3학년들은 '재수하면 망한다'고 좌절하고, 중학교 2학년생들은 'N수생'이 못 들어온다며 '계 탄 듯' 기뻐한다. 반면 문과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교 2학년생은 과학탐구영역 시험도 봐야 해 울상이다.
혼란을 틈타 입시 전문기관들은 지난 주말 긴급 입시설명회를 열었고, 자칭 '교육 전문가'들은 개편 시안을 분석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에 쉴 새 없이 올리고 있다. 한마디로 신났다.
교육부의 개편 시안은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2025년부터 고등학교 내신 평가 체계를 9등급 상대평가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축소하는 대신 이를 고교 1학년이 아닌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수능에서 외국어를 제외하고 모든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없애는 게 골자다. 내신 각 등급에 속한 학생 수가 늘어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수능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역으로 내신 성적을 얻기 어려웠던 외고, 영재고 등 특목고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교학점제가 유명무실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최소한의 이수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하는 제도로 절대평가와 맥을 같이한다. 일정 수준 이상만 되면 모두 A등급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고 성적 부풀리기가 만연할 것이라는 비판이 커진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정성을 내세우며 "대입제도는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인데, 절충안이 필요한 것일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지는 교육 현장 목소리를 더 들어봐야 한다. 대입제도 개편안 대국민 공청회까지는 한 달, 개편안 확정까지는 두 달이 남았다. 교육부는 남은 기간 학생, 학부모, 언론과 교육계 목소리를 적극 청취하길 바란다.
[권한울 사회부 hanfenc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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