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낸드동맹 '열쇠' 쥐고 고민 빠진 SK
낸드시장 세계 1위 공룡으로
주주 하이닉스 아직 동의 안해
상장하면 조단위 이익 보지만
점유율 3위 구도 탈출 어려워
26일 실적발표때 방향 나올듯
일본 메모리 반도체기업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합병의 핵심 키를 쥔 SK하이닉스에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경쟁자인 동시에 주주라는 복잡한 상황에서 다음주로 예정된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발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까지 키옥시아 측에 합병 동의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지분 20%가량을 간접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합병을 위해서는 SK하이닉스 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키옥시아와 WD는 이르면 이달 말 발표를 목표로 경영 통합을 위해 최종 조율을 진행 중이다. 유력한 안은 WD가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리해 키옥시아홀딩스와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향이다.
지주회사 최종 출자 비율은 키옥시아가 49.9%, WD가 50.1%다. 다만 일본에 본사를 두고 실질적인 경영권은 키옥시아가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가 실제로 합병하면 이들 업체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비슷해진다. 삼성전자에도 부담스럽겠지만, SK하이닉스가 2위를 재탈환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당초 SK하이닉스는 합병 반대 의사를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조건 반대'를 외칠 만큼 SK하이닉스가 처한 상황이 단순하지는 않다. 가장 큰 고민은 '현금'이다. 양사는 합병 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키옥시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베인캐피털은 상장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조 단위 이상 이익이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SK하이닉스 당기순손실은 5조5700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부족한 유동성을 메우기 위해 차입금을 대폭 늘렸다. 2021년 말 19조원이던 총 차입금은 상반기 기준 33조원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키옥시아 지분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면 현금 물꼬를 다시 틀 수 있다.
최근 극심했던 치킨게임처럼 또다시 극단적인 출혈 경쟁이 발생할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도 SK하이닉스로선 긍정적인 요인이다.
업계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SK하이닉스 실적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실적발표에서 시장 예상보다 긍정적인 업황 전망을 예상한다면 WD와 키옥시아 합병을 반대하고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업황 전망이 여의찮다면 현금 확보를 위해 전향적으로 찬성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SK하이닉스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SK하이닉스가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변수는 남아 있다. 계약 후 2년 안에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중국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내년 미국 대선 이후 협상 카드로 합병 허용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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