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찬성여론·초당적 지지 … 의대정원 확대 지금이 골든타임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전경운 기자(jeon@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3. 10. 16.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년째 묶인 의대정원 풀리나
당국, 규모 확정 안됐다지만
1000명 이상 증원 적극 추진
의협 "정부 소통없이 일방통행"
총파업·집단휴진 강경책 논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 2.6명
OECD 평균 3.7명 훨씬 밑돌아
국민 68% "정원확대에 찬성"
16일 환자와 보호자로 붐비는 서울 한 대학병원 안에서 의사가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번주 중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승환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움직임에 의료계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일반 국민들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드물게 야당까지 한목소리로 정부 정책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 때와 같은 반대 동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는데, 정부는 2025년 대학 입시부터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17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16일 의협 관계자는 "(의협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거부한 적이 없다"면서 "현실적인 논의를 시작하려던 참인데, 소통 과정을 건너뛰고 정원 확대를 받아들이라고 하면 어떻게 수용하겠느냐"고 밝혔다. 이날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내팽개치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단체들은 총파업과 집단 휴진을 비롯한 강경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열린 대한개원의협의회 추계연수교육 학술 세미나에서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투쟁 단체가 만들어지면 적극 협조하고 회원을 동원해 어떠한 결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단체의 이 같은 엄포에도 불구하고 2020년과 같은 투쟁 동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의료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었다. 정부도 의료 긴급사태 속에서 의료계를 압박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적당한 타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의료계가 합의 파기라고 반발하는 '9·4 합의'다.

하지만 지금은 2020년과 달리 일반 여론이 의사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2023 대국민 의료 현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24%가 '1000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를 포함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67.8%였다. 전체 응답자 3명 중 2명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 것이다.

의료계 내부에서 의대 정원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커 의료계 전체가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점도 투쟁 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일선 대학병원 등에서는 정원 확대를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 내부 의견이 갈리는 데다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밥그릇 지키기'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의대 정원 확대는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안이어서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당장 야당에서도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친명계 4선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의대 정원 확충, 말이나 검토가 아니라 진짜 실행한다면 역대 정권이 눈치나 보다가 겁먹고 손도 못 댔던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각을 세워온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며 "이번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의사들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서 최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필수진료과목 건강보험 수가 조정, 지방 의료 살리기 대책, 응급 의료 확충, 의사 장시간 근무 개선 등 의료계의 중요한 과제에 대한 종합대책 속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이 어려운 개혁정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세부안에 들어가면 여야 간, 지역구 간 의견 차이가 확인될 가능성은 있다. 정부는 공공의대 신설보다는 기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민주당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을 병행해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일반 국민 지지가 높고, 초당적 협력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사안이라 역대 정부가 실패했던 정원 확대를 관철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대통령실은 일단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다. 다만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것처럼 이번주에 윤석열 대통령이 정원 숫자를 직접 발표하는 방안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입장에서 보면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생 중심 정책을 펼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섣부르게 추진했다가 의료계 총파업과 같은 극한 상황이 벌어지면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민호 기자 / 전경운 기자 / 우제윤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