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하마스 제거 외치면서도 "이, 가자 재점령은 큰 실수"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10. 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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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TV출연 첫 입장 표명
팔레스타인 민간인 참사 땐
이란·레바논 연쇄참전 우려
바이든, 이스라엘 방문 검토
네타냐후에 확전 자제 촉구할듯
아랍국 돌며 중재나선 블링컨
사우디·이집트서 '찬밥' 신세
쌓여가는 시신들 15일(현지시간) 이집트 국경지대 인근 가자지구 남부에 위치한 '라파'의 공동묘지에서 시신을 안치하기 위한 무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열흘째를 맞는 이날까지 양측에서 4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에는 선을 그었다. 이번 전쟁이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칫 주변 아랍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60분'에 출연해 "하마스가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이스라엘 지지를 약속하면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마스와 극단주의 분파들이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30여 명의 미국인이 살해돼 바이든 대통령도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처음으로 TV에 출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철저히 분리해 설명하려 한 것은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작전에 앞서 아랍권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지상군을 투입하면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한 것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집트로부터 '중동의 화약고' 가자지구 통치권을 가져왔고 2005년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에 따라 군대와 유대인 정착촌을 철수시킨 바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잦은 교전에도 2014년 이후 대규모 인명 피해를 우려해 10년간 지상전을 자제해왔다.

AP통신은 이날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며칠 내에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자국으로 초청했고, 백악관에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습한 이후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첫 외국 정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 사이에서 확전을 막고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어주기 위해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이스라엘로 급파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이래 16일까지 매일 2~3개국을 숨가쁘게 돌면서 아랍국가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4일 하마스가 따르는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날 예정이었으나 빈살만 왕세자가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고 블링컨 장관을 대기시켰다. 결국 다음날인 15일 빈살만 왕세자를 만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비난을 들어야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이집트로 건너가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과 면담했는데 가자지구 남부 국경을 열어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강한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을 지속하면서 병력 수만 명을 동원한 침공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진입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피해가 커지면 아랍권을 자극해 레바논, 이란, 시리아 등의 연쇄 참전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스라엘 북쪽의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벌써 이스라엘군과 산발적으로 교전하면서 전면적인 참전을 준비 중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전쟁에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시리아 동부에 주둔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를 이스라엘과 가까운 다마스쿠스 인근으로 이동시켰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다면 역내 모든 당사자의 손이 방아쇠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 민족을 지원하겠다는 이란, 레바논,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은 남측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을 하면서 북쪽에서는 이슬람 연합군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CBS와 인터뷰에서 "이번 충돌이 심해질 경우 북쪽(헤즈볼라)에서 두 번째 전선이 형성될 위험이 있다"며 "이란의 '대리자'인 헤즈볼라 참전이 우려되며 이란이 어떤 형태의 직접 개입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과 2㎞ 이내에 위치한 28개 마을 주민을 피란시킨다는 계획을 발동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위협이 고조되는 데 따른 것이다. 전날 피란 대상 마을 슈툴라에는 헤즈볼라의 미사일이 떨어져 주민 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 서울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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