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8년 만에 정권교체 … 우크라 지원 재개 전망
집권당, EU·우크라 갈등에
유권자는 야당에 힘 실어줘
15일(현지시간) 치러진 폴란드 총선 출구조사 결과 야권 연합이 과반수를 확보하며 8년 만에 정권 교체가 유력해졌다. 이변이 없다면 사법개혁안, 곡물 수입 금지 조치 등으로 폴란드 집권당과 유럽연합(EU)·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오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2차 출구조사 결과 하원 460석 중 제1야당인 시민연단(PO)을 중심으로 3개 군소 정당이 연합한 중도 우파 성향의 시민연합(KO)이 161석(31%), 중도 성향의 제3의길연합이 57석(13.5%), 신좌파당이 30석(8.6%)을 각각 확보하면서 야권 연합이 248석(53.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9만명을 표본으로 실시한 이번 출구조사의 오차 범위는 ±2%포인트로 알려졌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 우파 경향의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이 198석(36.6%)을 얻으며 득표율에서 가장 앞섰지만, 단독 정부 구성을 위한 최소 과반수(231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로써 2015년 집권 후 2019년 2연임에 이어 3연임을 노리던 집권 여당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법과정의당의 잠재적 연정 파트너로 거론되던 극우 성향의 자유·독립연맹당은 예상과 달리 14석(6.4%)을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법과정의당과 자유·독립연맹당 의석을 합쳐도 212석으로, 보수 연정이 구성될 가능성은 없어졌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야권 연합 수장인 도날트 투스크 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폴란드와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실제 결과는 더 좋을 수 있으며, 법과정의당이 지배하는 나쁜 시대는 끝났다"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 최종 집계 결과는 17일 오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1989년 민주화 이후 가장 높은 72.9%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교체를 향한 폴란드 유권자들의 열기가 그만큼 뜨거웠다는 의미다.
최종 투표 결과가 출구조사대로 확정되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야권 연합 의원 중에서 총리를 지명하고, 총리는 14일 안에 정부를 구성한 뒤 의회 신임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해야 차기 정부가 구성될 수 있다.
야권 연합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서 기존 집권당의 행보로 악화됐던 폴란드 대 EU·우크라이나 관계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투스크는 법과정의당의 사법개혁안이 불러온 EU의 코로나19 복구를 위한 폴란드 몫의 보조금과 대출 승인을 확보하고자 EU와 신속하게 합의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 밖에 법과정의당이 우크라이나산 곡물 금수 조치 연장으로 우크라이나와 관계가 악화되며 추가 무기 중단까지 선언한 상황에서, 야권 연합이 집권하면 EU 연대가 강화되고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재개될 것으로 외신들은 평가하고 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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