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올까 긴장하는 日 … 美는"중동發 침체 없다"
日 경제성장률 추락했지만
"지금은 에너지 다양" 낙관도
월가는 "전쟁 불안감 미미
경기침체 확률도 50% 아래"
美4분기 성장률 전망 상향
확전·장기화땐 침체 불가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대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과거 중동전쟁으로 오일쇼크를 경험한 일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확히 50년 전인 1973년 10월 4차 중동전쟁으로 '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고, 당시 급등한 석유 가격 때문에 일본 경제는 고도성장기를 마치고 이듬해 마이너스 성장률로 돌아섰다.
반면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에도 경기 침체 확률을 기존 50% 이상에서 50% 이하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등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 종료와 강력한 소비, 견조한 고용시장 덕에 잘 버틸 것이라고 전망해서다.
16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은 50년 전 1차 오일쇼크의 기억을 소환하며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당시 중동 산유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원유 수출 가격을 70% 인상하고 공급을 줄이면서 원유 가격이 석 달 새 4배나 급등했다. 1차 오일쇼크 당시 중동 지역에 대한 일본의 원유 의존율은 77.5%에 달했다. 유가 급등에 공급 부족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중에는 불안감이 커지며 사재기가 벌어졌다. 슈퍼에서 화장지나 세제 등이 자취를 감췄고, 이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이듬해인 1974년 소비자물가가 20% 넘게 급등했다. 소위 '광란 물가'의 영향으로 일본 경제는 그해 -1.2% 성장률을 기록하며 사실상 고도성장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때 얻은 교훈으로 일본 정부는 민간의 석유 비축을 의무화하고 민간의 석유 사용량을 제한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섰다. 하지만 1987년 67.9%까지 떨어졌던 중동 원유 의존율이 2021년 92.5%까지 치솟아 불안감은 여전하다. 다만 일본 정부는 전체 에너지 사용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1차 오일쇼크 당시 70%대 중반이던 석유 비중은 최근 40% 이하로 감소했다. 그 대신 천연가스와 원자력, 재생에너지가 빈자리를 메웠다.
월가도 전쟁에 따른 불안감을 크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을 하향 조정한 이유로 인플레이션 지속 둔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 예상보다 강력한 고용시장과 경제 성장을 꼽았다. 이러한 점들이 전쟁에 따른 경기 하강 요인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설명이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 확률이 줄어들 것이라는 데는 월가도 대체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기업 실적과 전쟁 확전 여부 등에 따라 경기 침체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재계와 학계 경제학자 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1년 내 경기 침체 확률이 48%라고 보도했다. 이는 3개월 전 조사 때(54%)보다 6%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또 경기 침체 전망 확률이 50% 밑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중반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6~11일 진행된 것으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이 이달 7일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낙관론이 더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응답자들은 올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2.2%로 전망해 3개월 전보다 1.2%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소비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고 국채금리가 계속 역대급으로 올라가면 경기 침체를 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응답자 중 81%는 최근 16년 만에 가장 높게 오른 미국 국채금리가 경기 침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콧 클라인먼 아폴로애셋매니지먼트 공동사장은 지난주 매일경제가 뉴욕에서 주최한 글로벌금융리더포럼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추가 중동 국가 개입으로 확전·장기화되고 기준금리까지 내년 5%대가 유지되면 내년 초 미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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