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맨홀 물 빼달라" 전화 받고 나가 숨진 40대 가장…군청은 방치, 소방은 '골든타임' 놓쳤다
윤정주 기자 2023. 10. 16. 17:42
소방 오판에 군청 안전관리 부실 겹친 '인재'…유족은 눈물
지난 7월 7일은 금요일이었습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전라남도 화순군 춘향정수장에서 40대 남성이 숨졌습니다. 수리를 위해 들어갔던 맨홀 아래 밀폐공간에서 유독가스에 중독된 겁니다. 신고를 받은 소방이 출동했지만 제때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대원들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놓친 겁니다.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딸까지 세 가족의 가장인 고인이 숨지고, 구조대원들을 포함해 6명이 유독가스에 중독된 그 날 밤을 재구성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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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화근이었습니다. 펌프가 작동하며 나온 일산화탄소가 밀폐공간에 맨홀 안에 고였습니다. 이걸 알고 제지할 사람은 현장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1시간쯤 지나 배수관이 드러난 뒤, 김 씨가 맨홀 아래 들어갑니다.
"고인이 청원경찰과 얘기한 뒤, '들어가 보라' 해서 내려갔다. 그리고 아무 느낌도 없이…"
김 씨는 곧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러자 고인은 청원 경찰에게 '신고해달라'고 하고,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신고한 뒤 청원경찰도 들어갔습니다. 세 사람은 일산화탄소가 가득한 맨홀 아래 고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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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분 만에 청원경찰을 밖으로 꺼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조대원 2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합니다. 소방은 이때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장 관계자에게) 어떤 작업 했냐고 물어보니까 전혀 말이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안에서 동력 펌프를 사용하면서 일산화탄소가 나왔던 건데 그 얘기를 전혀 안 해줬죠"
하지만 누군가 설명하지 않아도 구조대원들이 먼저 확인했어야 합니다. '맨홀 사고' 때는 '유해가스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활동하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산소통과 산소호흡기를 찬 대원들이 추가로 투입됐고, 고립된 구조대원 2명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9시 34분 김 씨를, 9시 35분에는 고인을 구조합니다. 첫 신고가 들어간 때부터 1시간, 일산화탄소 속에 방치된 고인은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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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화순군청 관계자들은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화순군청 상하수도사업소 직원 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고, 구복규 화순군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조사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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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죠. 머리를 몽둥이로 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날 초 저녁에 며느리랑 통화했는데 '(아들이)집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주말이면 꼭 오거든요. 농사지으면 힘든 일 와서 도와주고 고기도 사 와서 구워 먹고"
"며느리는 전화만 하면 울어요. (손녀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알긴 알아도 뭔 뜻인지 모르지
고인의 아버지는 아직도 안 믿긴다고 말했습니다. 가족을 살뜰히 챙겼던 작은 아들이었습니다.
"군청 직원은 거기 나오지도 않고. 청원 경찰만 현장에서 같이 있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빨리 구출만 했어도 이런 상황이 안 벌어졌을 거 아닙니까. 의식 잃은 사람을 1시간 넘게 그 속에다가 뒀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진짜 죽겠지"
지난 7월 7일은 금요일이었습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전라남도 화순군 춘향정수장에서 40대 남성이 숨졌습니다. 수리를 위해 들어갔던 맨홀 아래 밀폐공간에서 유독가스에 중독된 겁니다. 신고를 받은 소방이 출동했지만 제때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대원들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놓친 겁니다.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딸까지 세 가족의 가장인 고인이 숨지고, 구조대원들을 포함해 6명이 유독가스에 중독된 그 날 밤을 재구성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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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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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전남 화순군에 있는 한 보수 업체 사무직이었습니다. 평소 작업에 필요한 서류를 담당하던 고인이 왜 맨홀에 직접 들어갔을까요? 취재진이 만난 업체 대표는 그날 일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6시 넘어서 군청에서 전화가 왔다. '정수장 맨홀에서 물이 새는데 확인해달라'고"
맨홀 작업을 담당하던 배관공들은 모두 퇴근한 뒤였습니다. 사무실에는 남은 건 고인과 일용직 직원인 김 씨뿐이었습니다. 고인은 현장 일을 해본 적 없고, 김 씨 역시 혼자서 현장을 살필 기술은 없습니다. 하지만 '물만 퍼내는 간단한 작업'이란 말에 정수장에 갔습니다. 맨홀 아래 내려가야 하는 줄 몰랐으니, 당연히 송풍기와 가스측정기, 산소호흡기 같은 장비는 챙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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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넘어서 군청에서 전화가 왔다. '정수장 맨홀에서 물이 새는데 확인해달라'고"
맨홀 작업을 담당하던 배관공들은 모두 퇴근한 뒤였습니다. 사무실에는 남은 건 고인과 일용직 직원인 김 씨뿐이었습니다. 고인은 현장 일을 해본 적 없고, 김 씨 역시 혼자서 현장을 살필 기술은 없습니다. 하지만 '물만 퍼내는 간단한 작업'이란 말에 정수장에 갔습니다. 맨홀 아래 내려가야 하는 줄 몰랐으니, 당연히 송풍기와 가스측정기, 산소호흡기 같은 장비는 챙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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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없던 군청 책임자…무시된 원칙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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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쯤 두 사람이 정수장에 도착했을 때, '급하다' 전화했던 군청 직원은 현장에 없었습니다. 청원경찰 2명이 전부였습니다. 원칙대로라면 담당자가 보수 등 작업 시 현장을 지켜야 합니다. 군청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그게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다 지켜가면서 작업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원칙 하나가 무시됐습니다. 그렇다고 작업을 안 할 수 없는 두 사람은 배수펌프로 맨홀에 찬 물을 빼기 시작합니다. 수위가 낮아지자, 어느 순간 펌프에 달린 호스가 물에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배수펌프를 맨홀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7시쯤 두 사람이 정수장에 도착했을 때, '급하다' 전화했던 군청 직원은 현장에 없었습니다. 청원경찰 2명이 전부였습니다. 원칙대로라면 담당자가 보수 등 작업 시 현장을 지켜야 합니다. 군청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그게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다 지켜가면서 작업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원칙 하나가 무시됐습니다. 그렇다고 작업을 안 할 수 없는 두 사람은 배수펌프로 맨홀에 찬 물을 빼기 시작합니다. 수위가 낮아지자, 어느 순간 펌프에 달린 호스가 물에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배수펌프를 맨홀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이게 화근이었습니다. 펌프가 작동하며 나온 일산화탄소가 밀폐공간에 맨홀 안에 고였습니다. 이걸 알고 제지할 사람은 현장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1시간쯤 지나 배수관이 드러난 뒤, 김 씨가 맨홀 아래 들어갑니다.
"고인이 청원경찰과 얘기한 뒤, '들어가 보라' 해서 내려갔다. 그리고 아무 느낌도 없이…"
김 씨는 곧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러자 고인은 청원 경찰에게 '신고해달라'고 하고,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신고한 뒤 청원경찰도 들어갔습니다. 세 사람은 일산화탄소가 가득한 맨홀 아래 고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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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수난사고' 오판…소방대원 4명도 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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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양 정수장 작업자가 물에 빠졌다'는 첫 신고가 밤 8시 37분 소방에 접수됩니다. 이어서 '과호흡이 오고 있다' '정수장 내 밸브에 앉혀 있는데 호흡이 불안정하다'는 추가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신고 후 1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다시 5분 뒤 대원 3명이 맨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때 대원들은 잠수 장비만 갖추고 있었습니다. 맨홀 아래 유독가스가 있는지 몰랐던 겁니다.
20여 분 만에 청원경찰을 밖으로 꺼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조대원 2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합니다. 소방은 이때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장 관계자에게) 어떤 작업 했냐고 물어보니까 전혀 말이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안에서 동력 펌프를 사용하면서 일산화탄소가 나왔던 건데 그 얘기를 전혀 안 해줬죠"
하지만 누군가 설명하지 않아도 구조대원들이 먼저 확인했어야 합니다. '맨홀 사고' 때는 '유해가스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활동하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산소통과 산소호흡기를 찬 대원들이 추가로 투입됐고, 고립된 구조대원 2명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9시 34분 김 씨를, 9시 35분에는 고인을 구조합니다. 첫 신고가 들어간 때부터 1시간, 일산화탄소 속에 방치된 고인은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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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소방서는 '기관경고'…화순군청은 중대재해법 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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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조사단을 가동해 화순 소방서의 대응을 살핀 소방청은 '기관 경고' 조치를 했습니다. 소방청 보고서를 살펴보니, 미흡하지 않은 부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맨홀 사고 대응절차를 지키지 않고 안전장비도 없이 직원을 투입했습니다. 2년 5개월 차 신입에게 현장지휘를 맡긴 점, 유해가스 존재를 인지한 뒤 환기를 위해 투입했어야 할 공기통 수량을 잘못 계산한 점 등이 지적됐습니다. 그 결과, 구조 대상인 고인이 숨졌을 뿐만 아니라 구조대원들도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겁니다.
소방청은 문제가 드러난 만큼 맨홀 사고 대응 지침을 개정할 방침입니다.
사고조사단을 가동해 화순 소방서의 대응을 살핀 소방청은 '기관 경고' 조치를 했습니다. 소방청 보고서를 살펴보니, 미흡하지 않은 부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맨홀 사고 대응절차를 지키지 않고 안전장비도 없이 직원을 투입했습니다. 2년 5개월 차 신입에게 현장지휘를 맡긴 점, 유해가스 존재를 인지한 뒤 환기를 위해 투입했어야 할 공기통 수량을 잘못 계산한 점 등이 지적됐습니다. 그 결과, 구조 대상인 고인이 숨졌을 뿐만 아니라 구조대원들도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겁니다.
소방청은 문제가 드러난 만큼 맨홀 사고 대응 지침을 개정할 방침입니다.
정수장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화순군청 관계자들은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화순군청 상하수도사업소 직원 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고, 구복규 화순군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조사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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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을 그 속에 뒀다니"…아빠·남편·아들 잃은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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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죠. 머리를 몽둥이로 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날 초 저녁에 며느리랑 통화했는데 '(아들이)집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주말이면 꼭 오거든요. 농사지으면 힘든 일 와서 도와주고 고기도 사 와서 구워 먹고"
"며느리는 전화만 하면 울어요. (손녀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알긴 알아도 뭔 뜻인지 모르지
고인의 아버지는 아직도 안 믿긴다고 말했습니다. 가족을 살뜰히 챙겼던 작은 아들이었습니다.
"군청 직원은 거기 나오지도 않고. 청원 경찰만 현장에서 같이 있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빨리 구출만 했어도 이런 상황이 안 벌어졌을 거 아닙니까. 의식 잃은 사람을 1시간 넘게 그 속에다가 뒀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진짜 죽겠지"
군청과 소방, 한 곳이라도 제대로 대응했으면 살았을 거라는 생각에 더 괴롭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지만, 누가 벌을 받아도 아들은 살아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번 일로 기관들의 대응이 강화되어도, 가족들에게는 위안이 될 수 없습니다.
[영상취재: 김상현/ 영상편집: 이정민/ 화면제공: 전남소방본부]
[영상취재: 김상현/ 영상편집: 이정민/ 화면제공: 전남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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