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교란으로 개미 울린 글로벌IB, 불법 공매도 엄단을 [사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와 HSBC가 장기간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른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2021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 카카오를 비롯한 101개 종목에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고 한다. 홍콩 HSBC 역시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호텔신라를 비롯한 9개 종목에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했다고 한다. 공매도 기간에 카카오는 45%, 호텔신라는 16%가량 주가가 내려갔다고 하니, 이들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작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주가 하락을 공매도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시장 신뢰를 해친 것만은 분명하다. 불법 공매도가 만연해 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불신'이 더욱 깊어질까 걱정이다. 금감원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거라고 했는데 빈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면 반드시 적발돼 일벌백계의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갚는 투자기법으로 그 자체로는 합법이다. 그러나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채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엄연히 불법이다. 없는 주식을 팔았으니 결제 사고가 발생하거나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할 위험이 있다. 이런 시장 교란 행위를 세계적 명성의 IB에서 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다. 그만큼 한국 정부가 과거 오랫동안 불법 공매도를 방치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에 불법 공매도 엄벌을 내세우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적발 건수가 늘어났다. 2020년 4건에서 작년 32건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8월까지 벌써 45건이 적발됐다.

이참에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에 과징금 부과뿐만 아니라 검찰 고발도 검토해야 한다. 불법 공매도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이득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형도 가능하다. 불법 공매도로 주가 하락에 베팅한 기관은 돈을 벌고, 개인투자자는 손해를 보고 울어야 한다면 정의가 아니다. 불법행위를 엄벌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금감원의 존재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