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마스 제거 찬성·가자 점령 반대"···이스라엘, 휴전합의 부인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2023. 10. 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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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백악관 확전 가능성 거론
연일 호전적 발언 쏟아내는 이란
시리아내 미사일 병력 재배치 돌입
로이터 "가자남부 일시휴전" 보도
이 "인도주의적 휴전 없다" 혼란
바이든 18일 이스라엘 방문 거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 간 접경지인 라파 국경 검문소에서 16일(현지 시간) 외국 여권을 소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검문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를 부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 백악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지역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는 등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진입을 겨냥해 연일 호전적 발언을 쏟아내며 시리아 내 병력 재배치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 제거’에 힘을 실으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로이터통신은 이집트와 이스라엘·미국은 가자지구를 빠져나갈 유일한 탈출구인 라파 국경 통행로를 일시 휴전과 함께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총리실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외국인을 내보내는 대가로 휴전이나 인도주의적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으며 가자지구에 물 등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도 일축했다.

15일(현지 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출동이 격화되며 북쪽(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와 대치한 이스라엘 북부)에서 두 번째 전선이 형성되거나 이란이 개입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대리 세력인 레바논 헤즈볼라는 상당한 군사력과 이스라엘을 공격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습격하고 있다”면서 “물론 이란이 어떤 방식으로든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 15일(현지 시간) 레바논 남부 국경도시 나쿠라에서 장갑차에 탑승하고 있다. UNIFIL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쿠라에 위치한 유엔군 본부가 로켓 한 발을 맞았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시리아 동부 도시 데이르 에조르에 있던 병력을 이스라엘과 좀 더 가까운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으로 재배치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현지 활동가들은 WSJ에 “재배치된 병력 중 일부는 미사일 전문가들”이라고 밝혔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카타르와의 회담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계속한다면 이 지역(중동) 현상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온주의자들(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다면 역내 모든 당사자의 손이 방아쇠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을 비롯해 레바논·시리아 등 주변 이슬람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에서 2㎞ 이내에 있는 28개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계획을 가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복잡한 중동 상황과 관련해 ‘하마스 제거’와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두 가지 해법을 이날 제시했다. 그는 미국 CBS 방송 심층 인터뷰 프로그램 ‘60분’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가자에서 일어난 일은 하마스 때문이며 하마스의 극단적 요소는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에 대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설리번 보좌관 역시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축출한다는 목표를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당국이 필요하다”며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이 필요하다”고 전하면서 ‘두 국가 해법’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마이클 헤르조그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CNN에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점령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소년이 15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물을 받으려고 줄 서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가자지구에 물과 연료 공급이 끊기면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커진 가운데 이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군사 대응을 총동원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을 찾아 연대 의지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는 당초 이날 콜로라도주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국가안보 회의’를 이유로 이를 취소해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한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이란·헤즈볼라 등을 향한 경고 △이스라엘에 전쟁법 준수 촉구 등 다각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악시오스 등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피란민이 이동 중인 가자지구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CNN은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주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의 60%가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보도했다. 물과 식량 보급이 끊긴 가운데 주민 100만 명 이상이 한꺼번에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는 더 늘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저녁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2750명으로 이스라엘 측 사망자 1500여 명을 합하면 양측 사망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잡힌 인질을 당초 알려진 150명이 아닌 199명이라고 정정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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