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다 독자 문화···'백섬백길'로 섬여행 즐기길"

글·사진=김경미 기자 2023. 10. 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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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날씨·계절따라 풍경도 제각각 달라
섬길 100개 선정해 사이트 만들어
섬 역사·문화 등 정보 제공 포털 역할
여행객 골고루 찾아 균형발전 도움 기대
여객선 공영제로 교통 불편 해소도 목표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은 ‘백섬백길’ 사이트 오픈을 맞아 100개의 섬, 100개의 길에서 만난 사진 작품 100점을 전시하는 사진전(9.19~10.8)을 열었다. 전시가 열렸던 서울 서촌 류가헌갤러리에서 만난 강제윤 소장.
[서울경제]

“섬은 백 개가 있다면 백 섬이 다 달라요. 아무리 작은 섬이라고 해도 고립됐었기에 독자적인 문화가 형성돼 있죠. 가까운 섬끼리도 식재료나 음식 맛이 다르고 풍습도 다르고. ‘그 섬이 그 섬’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섬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은 겁니다.”

반평생의 시간을 섬 연구와 기록에 바쳐온 ‘섬 연구자’이자 섬 문화·자연을 지켜온 25년 차 활동가인 강제윤(사진) 섬연구소 소장은 섬 여행의 매력을 “여권 없는 해외여행”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섬은 한 시간만 배를 타면 만날 수 있지만 완전히 다른 나라의 느낌을 주는 공간”이라며 “날씨·계절에 따라 풍경도 제각각 달라지기에 여러 번 같은 섬을 가도 항상 새롭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강 소장과 섬연구소 회원들은 이런 섬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이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7월 웹사이트 ‘백섬백길’의 문을 열었다. 걷기 좋고 경치가 수려한 섬길 100개를 선정해 길마다 코스를 부여하고 ‘백섬백길’이라는 한 이름으로 묶어낸 것이다. “제주 올레길이 생긴 후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길을 만들었잖아요. 각 섬들도 수십억 원씩 예산을 들여 수백 개의 섬길이 만들어졌는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 방치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 길을 살려보자, 길이 살아나면 섬에도 도움이 되겠지 하고 생각했죠.”

사이트는 섬 여행객은 물론 거주자들에게도 섬의 역사나 문화 자원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는 섬 포털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부분 강 소장과 3000여 회원이 10여 년간 섬길을 직접 찾아 축적한 기록들이다. 전국 흩어진 섬길을 100코스의 길 하나로 엮어낸 이유는 이른바 ‘섬들의 균형발전’을 고려해서다. “사람들은 아무래도 가는 섬만 계속 가게 됩니다. 그러니 어떤 섬은 표가 없고 숙소가 동이 나 난리인데 어떤 섬은 사람이 찾지 않아 인구마저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나죠. 좀 더 다양한 섬에 골고루 가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결과가 ‘백섬백길’입니다. 1코스를 간 사람들이 100코스까지 가고 싶도록 동기부여를 해보자 싶었죠.”

어쩌면 정부나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민간 단체인 섬연구소가 대신한 셈이다. 대단하다는 찬사가 나오지만 강 소장 입장에서는 그리 대단한 일도,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1998년부터 지난 25년간 해왔던 활동 대부분이 사실 비슷했기 때문이다.

강 소장은 무분별한 섬 개발을 저지하는 활동을 시작으로 국내 4000여 곳의 섬을 홀로 탐방하며 문화를 채집하고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다 혼자서는 섬의 귀중한 것을 다 지켜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2012년 섬 학교를 열었다. 강 소장은 섬 학교 교장으로 내륙 사람들과 함께 섬 탐방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했고 2015년에는 사단법인 섬연구소까지 발족했다. 그는 “혹자는 ‘귀중한 것은 숨겨야지 알려지면 오히려 파괴된다’고도 하지만 아무도 몰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들이 더 많다”며 “유명해지면 함부로 없애지 못하고 알려지면 지키려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강 소장과 섬연구소는 섬 관련 문제나 정책 등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됐다. 여서도의 300년 된 아름다운 돌담길을 보존했고 잘못된 간척으로 썩어가던 백령도 사곶해변을 되살릴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으며 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던 거제 지심도 주민들의 거주권을 지켜냈다. 국가 섬 정책 컨트롤타워인 ‘한국섬진흥원’을 정부에 제안해 출범시킨 사람도 강 소장이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여객선공영제의 완전한 도입을 이루는 일이다. 열차·지하철처럼 여객선도 정부가 직접 항로를 소유해 운영하는 제도다. 강 소장은 “아직 수많은 섬이 연중 100일씩 배가 안 뜨는 불편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해상 교통의 불편을 줄이고 지역을 활성화하며 여객선의 안전성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도 공영제는 필수”라고 말했다.

“섬은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여객선을 비롯한 교통 문제만 해결된다면 기존 대비 2~3배 많은 관광 수요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울릉도만 하더라도 1만 톤급 크루즈가 다니면서 2022년 입도객이 역대 최대치인 46만 명을 돌파했죠. 사람이 없으니까 배를 못 띄운다고 할 게 아니라 배가 다니지 않으니 유인도마저 무인도로 바뀌는 것이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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