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도 안통한다... 지상전 최대복병 500㎞ ‘가자 지하철’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대피하라고 통보한 시한(현지 시각 15일 오후 1시)이 지난 가운데, ‘지상전 초읽기’를 앞두고 가자지구 긴장이 커지고 있다. 지상군 투입이 가자지구를 ‘피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이스라엘은 이번에 하마스 절멸(絶滅)이라는 목적을 이루겠다는 태세다.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지상전을 만류하는 이유는 앞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두 차례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 하마스와 이스라엘 모두에게 비극을 안겼기 때문이다. 앞서 2009년과 2014년 이스라엘은 하마스 공격을 위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으나 하마스에 결정적 타격을 주진 못했다. 당시 하마스는 민간인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를 내면서도 땅굴을 통해 이스라엘군을 기습했고, 이스라엘은 유엔 관련 시설 공격과 민간인 사살 등으로 전쟁범죄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2009년 당시 팔레스타인 인권 센터에 따르면 1417명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중 926명이 민간인이었다. 이때 이스라엘은 10명의 군인을 포함해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엔 팔레스타인이 2104명(민간인 1462명), 이스라엘이 72명(민간인 6명)의 사망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번 IDF의 지상군 투입이 더 큰 우려를 낳는 것은 이전의 지상전에 비해 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전투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과 2014년 IDF가 로켓 발사 시설과 땅굴 파괴를 목표를 삼았던 것과 달리, 이번 IDF의 목표는 아예 하마스를 뿌리 뽑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과거처럼 단순히 하마스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마스를 파괴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번 공격은 ‘깨끗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상군의 공격이 시작되면 이들의 우선 목표는 가자지구 지하에 500㎞에 걸쳐 뚫려 있는 땅굴이 될 전망이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물론 보급을 막기 위해서라도 땅굴 입구를 빨리 찾아 파괴한다는 것이다. CNN은 “IDF가 ‘가자 지하철’이라고 부르는 땅굴은 항공기와 드론의 눈을 피해 물자를 수송하고 로켓과 탄약을 보관할 뿐만 아니라 하마스의 지휘·통제 센터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며 “땅굴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땅굴이 파괴된다 해도 도시 시가전의 특성상 하마스의 저항은 매우 거셀 전망이다. 미 랜드연구소는 “2014년 하마스는 기관총, 대전차 유도 미사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돌격대를 이용해 이스라엘군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며 “하마스 대원들은 기꺼이 이스라엘군과 근접 전투를 벌였고, 침투 및 매복 임무를 결단력 있게 수행했다”고 분석했다.
양측의 피해를 막을 방법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담을 느끼고 민간인 대피에 필요한 시간을 더 넉넉히 주거나 지상전을 보류하는 것밖에는 없다. 16일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통하는 유일한 길목으로 꼽히는 ‘라파 통로’를 열기로 합의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곳은 그간 이집트 정부가 진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폐쇄돼 있었으나, 이번에 3국이 합의해 민간인 대피를 위해 이날 오후 5시까지만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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