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장관, 18~19일 북한 방문···‘반미 연대’와 ‘군사 협력’ 강화
북한이 16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을 공식 발표했다. 북·러의 외교적 ‘반미 연대’와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 강화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의 초청에 의하여 로씨야련방(러시아) 외무상 세르게이 라브로프 동지가 2023년 10월18~19일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하게 된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방북은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달 23일 미국 유엔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10월 중 방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을 방문해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 등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브로프 장관과 김 위원장의 만남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에서 요청한 푸틴 대통령의 방북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북·러는 라브로프 장관 방북을 계기로 ‘반미’ 외교관계 강화를 주요 의제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반미 연대’ 확대를 천명한 상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에서 “지금 시점에서 조·로(북·러) 관계를 우리 대외정책에서 제1순으로 제일 최중대시하고 발전시켜나가려는 것은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두 나라는 지난달 정상회담 이후 최근까지 밀착을 과시해왔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 북·러 수교 75주년을 맞아 축전을 교환했으며,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일과 12일 담화를 통해 북·러 관계 강화를 거듭 천명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 12일 평양에서 열린 북·러 수교 75주년 경축 연회에서 “로씨야와 조선(북한)은 미국 중심의 ‘규정에 기초한 질서’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위협과 정치·군사적 압력, 경제·금융제재 체계를 반대하는 투쟁의 선두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된 북한의 ‘핵 무력 헌법화’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핵 무력 헌법화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계기로 활용하려 들 수도 있다. 북·러가 반미 결속을 위해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이뤄진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의 한반도 전개를 빌미 삼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양국의 군사 협력 확대 방안이 구체적으로 다뤄질 수도 있다.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개최되는 등 양국은 군사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식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문해 북·러 연대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도 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최근 몇 주 북한은 러시아에 1000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북·러 무기거래가 이미 개시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국방부도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러-북 간 해상 컨테이너 운송 정황은 사실”이라며 “컨테이너 적재량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가장 필요로 하는 포탄의 양으로 추산하면 수십만 발에 해당하는 규모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달 중으로 군사정찰위성을 세 번째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터라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군사정찰위성 등 기술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담당한 국가우주개발국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으로 사실상 확대 개편한 상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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