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춘 아들이 민주화 투사냐”… EBS 이사장 퇴진 위해 목소리 높이는 보수교육계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중학생을 대상으로 만든 참고서인 ‘중학 뉴런 사회2’에선 대법원에 대해 ‘사법부의 최고 법원으로 최종심을 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심급제도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법원에 급을 두어 여러 번 재판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말한다. 즉 억울한 사람이 없기 위해 사법부는 3심을 기본으로 하고 최종적으로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참고서를 만든 EBS의 유시춘 이사장은 이런 대법원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는 아들 신모씨가 마약범죄를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공영방송 정상화 물결이 거세게 이는 와중에 이사장 자녀의 마약범죄까지 다시 소환된 곳이 있다. 바로 EBS다. ‘문재인 정부 찍어내기’로 해직됐던 강규형 전 KBS(한국방송공사) 이사가 EBS 이사로 복귀하면서 유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다. 아들이 마약범죄로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는 유 이사장 측의 주장과 교육방송의 수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강 이사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보수교육계 단체가 유 이사장의 인사들은 이같은 유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임동균 경세연 공동대표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녀의 마약투약 혐의에 대해 숱하게 거짓 해명으로 일관해온 류 이사장이 대한민국 교육방송의 수장으로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교육과 교육방송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하루빨리 퇴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누나다. 2017년 문재인 당시 후보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다 2018년 EBS 이사장으로 임명됐고 이어 2021년 연임됐다. 임명 당시부터 교육계 활동이 전무해 교육방송의 수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당시 야당(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대선캠프 홍보팀에서 일한 그를 EBS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문제는 그의 자녀문제다. 유 이사장의 아들 신씨는 지난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3년 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인 신씨는 2017년 10~11월 사이 외국에 거주하는 한 지인과 공모해 대마 9.99g을 국제우편에 은닉, 같은 해 11월 국내에 밀반입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 받았다. 단순히 대마초를 흡입한 게 아니라 은닉과 밀반입하는데 신씨가 개입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는 결국 법정 구속돼 3년의 법정형을 살고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 이사장은 의혹이 제기된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고 했다. 그는 한 언론에 보낸 문자를 통해 “아들은 전혀 모르는 내용이다. 모발, 피검사에서도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다”며 “끝까지 엄마의 이름으로 무고한 이를 수렁에 빠트린 범인을 찾고자 한다. 우리 아이의 결백을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사법부의 최종심 판단에도 불구하고 유 이사장은 여전히 아들의 자녀 마약범죄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EBS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42회 EBS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강 이사는 “(아들의 마약범죄) 3심 확정 뒤인 2019년 3월 유 이사장은 ‘아들 마약 밀수 안 했다. 내가 범인 잡겠다’고 공언했다. 지금 4년 반이 흘렀는데, 유 이사장이 ‘범인 데려왔다’고 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유 이사장에게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의 바람과 달리 이미 그의 아들은 대법원에서 마약범죄 유죄가 확정된 상태다. 즉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만큼 힘든 재심이 아니고선 일반적으로 신씨의 마약범죄가 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 이사장은 당시 회의에서 “나는 해명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대답할 의무도 없다. 난 하늘이 준 양심에 비춰 하나도 부끄럼이 없다”며 “40년, 50년 전 유죄를 받고 사형 판결된 사람이 40년, 50년 뒤 무죄 판결 나는 것 봤을 거다. 사법부는 전지전능하신 신이 아니다. 더 이상 할 말 없다”고 했다.
KBS 이사였던 강 이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직 시절인 2017년 말 ‘찍어내기’로 해직된 뒤,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소송에 승소해 지난달 28일부터 공영방송 EBS 이사직을 다시 맡게 됐다.
임동균 경세연 공동대표는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거나 수사기관의 강압수사 등으로 고통받은 분들이 40년, 50년 뒤에 무죄판결을 받는 것이지, 마약범죄를 저지른 아들의 무죄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하루빨리 (유 이사장이) 퇴진해 대한민국 교육의 주춧돌인 교육방송 정상화를 이뤄야한다”고 주장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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