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납치' 줄줄이 사형 구형…혐의 부인하며 선처 호소(종합)
檢 "반성 않고 수사기관 비난…엄벌 불가피"
주범들 "살해 고의 없어" 끝까지 무죄 주장
재판서 공모 녹음파일 공개…미행·미수 정황
[서울=뉴시스] 김진아 한재혁 기자 = 검찰이 올해 3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살해를 공모·실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경우 등 주요 피고인들에게 연달아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경우 등은 살인에 고의는 없었다며 무죄를 호소해 왔다. 이들은 최후진술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혐의를 부인했는데, 검찰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는 16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경우(35) 등 7명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경우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7000만원의 추징과 함께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요청했다. 이경우는 이 사건 범행을 제안한 이로 주범으로 지목받는다.
이경우의 대학 동기로 사건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황대한(35)과 사건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50)·황은희(48) 부부에게도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에게도 보호관찰 명령 5년을 요청했다.
연지호(29)에게는 무기징역과 전자장치 부착 20년, 보호관찰 명령 5년이 구형됐다. 범행에 가담했다 막판에 이탈한 이모(23)씨에게는 징역 7년이, 이경우의 아내 허모(36)씨에게는 징역 5년이 각각 구형됐다.
검찰은 "피고인 대부분이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수사기관을 비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무거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 집행의 엄중함을 보임으로써 피해자 유족들의 아픔과 충격에 빠진 국민들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경우 등 주범들은 최후변론을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거나 살해를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의도하지 않게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아 강도살인, 강도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황대한 측도 사실관계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강도살인에 고의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연지호 측도 가담 정도가 낮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유씨 부부 역시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경우는 최후진술에서 "사건 개요가 어찌 됐든 피해자에게 사죄드린다. 이렇게 큰 일이 벌어질 줄 상상하지 못했다"며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일부 피고인들은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후 4시 이경우 등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경우 등은 올 3월 강남에서 가상화폐 투자 실패를 이유로 피해자 A씨에 대한 납치·살해를 직접 실행하거나 계획·협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실혼 관계인 유씨 부부는 2020년 10월 A씨 권유로 가상화폐 1억원 상당을 구매하고 30억원을 투자했으나, 코인 가격이 폭락하며 손실을 입자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부부가 시세조종을 했다고 투자자들을 선동해 2021년 3월 강남의 한 호텔에 이들 부부를 감금하고 비트코인 4억원 상당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는 이들 부부에게 범행을 먼저 제안했으며, 유씨 부부는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9월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 7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경우는 황대한을, 황대한은 과거 운영한 배달대행업체 직원이었던 연지호를 끌어들였다.
결국 황대한·연지호는 올해 3월29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근에서 A씨를 납치해 마취제를 주사, 살해하고 다음 날 대전 대덕구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사용된 마취제는 허씨가 지난해 12월 및 올해 3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1병씩 몰래 빼내 이경우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경우 측은 강도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공범들과 공모해 살인을 저지른 혐의는 줄곧 부인해 왔다. 유씨 부부와 연지호 등 주요 피고인들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 사건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의 범행 공모 당시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주범인 이경우가 과거 '북파공작원'이었다는 사실을 비롯해 피고인들이 범행 전 피해자를 수개월간 미행·감시하고 범행을 실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정황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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