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시아파 벨트와 확전 가능성…美 영향력 약화 전망

최정희 2023. 10. 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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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센터 보고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소규모 교전
美 vs 이란 대리전 비화될 경우 주변 중동국 개입 확대
세계 곳곳 지정학 리스크 통제하는 '美 역할 약화'
중동 사태 악화시 경제 심리 위축·위험 회피 강화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충돌이 열흘째 이어지면서 중동 전반으로 확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스라엘과 시아파 벨트간 대결구도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남경옥 국금센터 부전문위원은 16일 발간한 ‘중동 사태의 확전 가능성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시장에선 이스라엘 정정불안 부담, 미국의 전쟁 종식 압박, 여타 중동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가 단기 이슈에 그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이지만 예상과 달리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고 장기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BNY멜론은 시장에선 이번 사태의 장기화 및 확전 가능성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남 부전문위원은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일부 시아파 무장단체,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소규모 교전이 발생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시아파 벨트와의 대결구도로 비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들이 하마스와 연대할 경우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전선이 인근 접경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미국,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될 위험도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나서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카타이브 헤즈볼라, 친이란 무장 정파 바르드 등이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정보 당국 등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이란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남 부전문위원은 “이란의 개입 여부가 확전의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스라엘,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으로 이어지는 이슬람 ‘시아파 벨트’의 대결 구도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 강행을 예고한 가운데 이란은 14일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을 경우 통제불능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인식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남 부전문위원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통제할 구심점인 미국의 역할이 약화되면서 위기가 심화되고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극화 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남 부전문위원은 “중동 지정학적 위기는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관심을 분산시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며 “마찬가지로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의 경계심이 약화된 틈을 타 대만을 둘러싼 군사긴장 수위를 높일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남 부전문위원은 “사태가 단기 국지전으로 마무리될 경우 영향이 제한적이나 장기화·확전될 경우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 충격 및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통화정책 완화 전환 시점 지연, 경제심리 위축, 위험회피 강화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란이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흐름을 방해할 경우 유가 급등 등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은 안전상의 이유로 동지중해에 위치한 자국 해상 가스전인 타마(Tamar)의 운용사 쉐브론의 설비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천연가스 가격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남 부전문위원은 “사태 악화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가치 절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대외 자본조달 비용 상승 등의 영향이 있을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금융위험 지표, MRI가 작년말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을 상회하는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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