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어 응징’하려는 이스라엘···‘민간인은 무슨 죄’ 돌아서는 국제여론

손우성 기자 2023. 10. 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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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하마스 부숴버릴 것” 격앙에
이스라엘, 미국 “일시 휴전” 발표도 부인
아프리카연합 등 지상군 투입 반대 성명
민간인·국제여론 이용하는 하마스도 비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저울질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악화하는 국제사회 여론에 직면하며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분쟁 초기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가 습격을 규탄했던 일부 국가들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봉쇄 수위가 높아지자 우려를 표하며 조금씩 등을 돌리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 등 우군 만들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전쟁 발발 후 첫 각료회의를 열고 “하마스는 우리가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리가 그들을 부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군 투입을 통해 하마스를 절멸하겠다는 목표를 재차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통로’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공습을 일시 멈추기로 했다는 미국 측의 발표에 대해서도 곧바로 “휴전은 없다”며 부인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고 물과 식량 등 인도주의 차원의 보급마저 모두 끊기자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아랍연맹(AL)과 아프리카연합(AU)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지상 작전 전개는 전례 없는 규모의 대량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양측의 충돌 이후 줄곧 중립 견해를 유지해왔던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스라엘 대응은 정당한 자기방어를 넘어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집단처벌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질타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며 이스라엘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알자지라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국가와 국제단체가 20개가 넘는다면서 “물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격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인종청소 행위를 저질러온 이스라엘의 지난 75년간 누적된 야만성이 지금의 하마스 행동을 촉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1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쪽에 있는 라파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했다”며 “민간인들이 가자지구 남부로 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향한 구애도 이어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이스라엘로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대의 의미를 담은 방문을 제안했다”며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찾는 첫 외국 정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도 AP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이 며칠 내로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던 바이든 대통령조차 이날 공개된 미 CBS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하는 등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이스라엘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극단주의자들을 제거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며 여전히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입박했다는 관측 속에 대규모 인도적 위기가 우려되자 이스라엘의 과도한 공격 가능성을 견제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이스라엘의 상황을 이용하는 하마스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번처럼 하마스가 선제공격하더라도 전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맹폭하면 국제사회가 우려를 제기하고, 휴전 협상 끝에 결국 하마스는 절멸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최근 폭력 사태는 하마스의 ‘저항’ 자격을 회복하고 크게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가자지구 주민들의 환경을 개선하고, 하마스가 책임감 있게 통치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면 이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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