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도 삐걱…시공사 선정 다시 시작하나
KB부동산신탁 운영 미숙 논란
'여의도 1호 재건축'을 내세운 한양아파트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시가 아직 확정이 안 된 정비계획을 토대로 시공사 입찰공고를 낸 것에 대해 사실상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2일 영등포구청에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비계획 위반 사항이 있는지 확인해 조치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에 따라 구청은 13일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 측에 내용 파악을 위한 자료를 요구했다. 구청 관계자는 "어떤 법령을 위반했는지, 재입찰을 해야 하는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KB부동산신탁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정비구역 면적을 초과해 입찰 지침을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업 시행자로 지정됐다. 다만 당시 일부 상가 동의를 받지 못했으며 중심시설 용지를 제외하고 지정받았다. 그럼에도 이번 입찰공고에는 해당 용지들을 포함해 정비구역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의도 한양아파트에 대한 정비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와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지난 1월 신속통합(신통) 기획안을 마련해 용도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두 단계 올리고 용적률(600%)과 높이(200m 이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신통기획은 어디까지나 정비계획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뿐이다.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세우고 서울시 심의까지 통과해야 확정안이 나온다. 아직 확정안이 나오지 않았으니 한양아파트는 여전히 3종 일반주거지역인 셈이다. 그러나 시공사 입찰공고는 일반상업지역을 기준으로 제시돼 서울시는 문제점이 없는지 세부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현재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이미 설계 등에 수십억 원을 지출한 상황이다. 만약 시공사를 처음부터 다시 뽑게 된다면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생길 수도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비계획 변경안으로 시공사 선정 입찰 기준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사는 관할 관청과 협의해 원활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 KB부동산신탁의 미숙한 운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KB부동산신탁은 지난 7월 한 차례 시공사 입찰공고를 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소송을 진행 중인 건설사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조건이 특정 건설사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기 때문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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