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평 분담금 5억"… 제동 걸린 상계주공5
건축심의까지 통과했지만
조합원 "분담금 감당 힘들어"
시공사 교체될지도 주목
"서민 아파트여서 그만 한 추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16일 방문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6단지와 붙어 있어 하나의 단지처럼 보여도 5층으로 구성돼 주변에서 가장 층수가 낮다. 1987년 지은 오래된 아파트라 동 간 간격이 좁지만 키 큰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답답함보다 아늑한 느낌이 든다.
이곳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 시범단지로 상계동 일대에서 재건축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미 지난 8월 말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내년 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날 단지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는 다른 재건축단지처럼 '경축, 건축심의 통과'가 아니라 시공사 선정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인근 A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시행인가가 다가오면서 분담금 부담을 더 크게 체감하는 것"이라며 "재건축을 해도 새집에 못 살고 현금으로 청산해서 동네를 떠나는 주민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5단지는 37㎡(약 11.2평) 단일 평형 840가구로 구성돼 있다. 올 초 GS건설을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계획을 보면 최고 35층 높이에 996가구를 지어 이 중 조합원분 840가구를 제외한 156가구는 공공임대 물량이 된다. 사실상 1대1 재건축인 셈이다. 면적별로 84㎡ 275가구, 70㎡ 345가구, 59㎡ 370가구, 39㎡ 6가구다. 84㎡ 면적이 선호도가 높지만 추첨을 통해 70㎡, 59㎡를 배정받는 조합원도 꽤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추가 분담금이다. 최근 37㎡ 실거래가는 5억600만원으로 2년 전 최고가인 8억원보다 3억원이나 빠졌다. 이 때문에 조합 측은 입주 시 재건축에 따른 추가 분담금을 적어도 59㎡는 3억~4억원, 84㎡는 5억~6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3년 전 입주한 인근 '포레나 노원'의 30평(약 99㎡)대 저층은 지난 9월 11억2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한 조합원은 "시공사는 평당 공사비를 650만원 정도로 제안하는데, 가구당 분담금을 1억원 이상 낮추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러지 못하면 과거 강북 재개발 때처럼 원래 살던 주민들은 외곽으로 더 밀려나고 외지인들이 새 아파트를 차지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일부 조합원들은 정상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공사 교체를 포함해 정비계획도 아예 변경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상화위원회 관계자는 "1000가구도 안 되는 작은 단지인데 공사기간이 48개월이나 돼 이자 부담이 크다"며 "일반분양 물량이 100가구가량 나올 수 있도록 계획을 변경하면 가구당 추가 분담금을 최대 1억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내 조합총회를 열고 시공사 교체와 정비계획 변경에 대해 조합원 의견을 다시 묻겠다는 계획이다. 정비계획 변경에 따른 건축 재심의는 사업시행인가와 함께 진행하고 그 후에 새 시공사를 입찰로 선정해도 사업이 지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공사기간을 단축해 조합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조합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비업계는 상계동 '재건축 선두 주자'인 5단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노원구 일대는 상계동을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만 20곳이 넘는다. 첫 추진 단지부터 분담금 갈등에 시공사가 교체된다면 향후 다른 단지도 분담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비 증가 영향 등으로 조합원이나 시공사 양측 모두 재건축으로 큰 이익을 남기기 어렵게 됐다"며 "노원 일대 재건축단지는 시공사 선정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찬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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