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헌재 재판지연 난타…"떠넘긴 국회, 반성해야" 자성도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법사위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재판 지연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일각에선 정치의 실패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심리 등 굵직한 사건이 헌재에 몰리면서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31일 기준으로 헌법재판소의 미제사건이 1576건이 있고 2년이 경과한 것이 486건이 있다"며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180일 내에 처리하도록 돼 있는데 2년 이상 장기사건이 굉장히 많다. 가장 오래된 것 같은 경우는 2014년 12월30일에 접수된 건이 3165일 됐다"고 했다.
이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몇 년이 지나면 권리관계가 많이 변하기 때문에 신속한 권리구제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적시처리 제도'가 2019년 5월 이후 한 차례도 이용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은 "중요 사건에 대해선 적시처리 사건이 아니더라도 주요 사건으로 재판부에서 늦지 않게 관리를 하고 있다"며 "(적시처리 제도가) 이용이 조금 안 되고 있는데, 그 점은 더 살펴보겠다"고 했다.
장기미제 사건에 대해선 "금년 2월부터 장기미제 처리부를 연구부에 신설했다. 경력이 많은 연구관님들을 배치했고 그 분들은 그 사건만 하게 된다"며 "한 8개월 정도 됐는데요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심판 처리 기간이 2017년에 363일 걸리던 것이 2023년 8월 732일"이라며 "2002년 이상 장기미제 사건이 2018년 14%인데 2024년 8월 현재 30.8%다. 인력 부족과 사건 급증을 얘기하지만 지난 업무현황 보고를 보면 2020년을 중심으로 사건이 줄고 있다"고 했다. 이어 "헌재가 신속한 재판이라는 헌법적 국민의 권리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거 아닌가 하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 공조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방송 3법 권한쟁의심판의 신속한 처리도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빨리 결정이 안 되면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며 "방송법은 이미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규정된 180일 이미 지났다. 노란봉투법은 11월27일이 되면 180일인데 언제 결정하실 건가"라고 압박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도 "유남석 소장 퇴임 전에 노란봉투법, 방송3법 등 신속한 처리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헌재 내부와 주변의 분위기를 확인한 결과 방송 3법, 노란봉투법 등 권한쟁의 사건, 이상민 장관 탄핵사건, 가장 최근에 안동환 검사 탄핵 사건 등 큰 사건들이 헌재에 몰리면서 헌법재판 공동연구관들이 여기에 대거 투입이 되고 그로 인해 일반 국민들과 관련된 사건들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위기를 감지했다"고 했다. 박 처장은 "부정할 수 없다"고 동의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지적보다는 반성문을 쓰고자 한다. 결국 정치와 국회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헌재에 떠넘김으로써 재판이 지연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우리 정치가 각성해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내달 10일 임기가 만료되는 유남석 헌재소장의 후임과 관련해서도 질의가 쏟아졌다. 당은 여당은 대법원장에 이어 헌재소장 임명 부결 우려를 드러냈고, 야당은 헌법재판소장 임명 관례와 인사검증 제도가 헌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소장님 (인사) 관련 언론 보도가 계속되는데 역시나 재판관 중에서 소장 후보자들이 나오고 있다"며 "헌법재판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소장으로 임명되는 관행이 자꾸 생기면 재판관들이 임명권자인 대통령 신경 안 쓰고 오직 재판에만 집중한다는 국민적 신뢰에 도움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나라 입법례를 보면 헌재소장은 재판관들의 호선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박 처장은 "우려나 지적을 잘 알고 있으며 관련 제도를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법무부 산하에 있는 한 기구(인사정관리단)가 헌법소장에 대한 인사 검증을 하고 있다"며 "헌법 소송에 참여하는 한 당사자가 심판이라고 할 수 있는 법관, 재판장의 인사를 검증한다는 것인데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구조 탓에) 국민들은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 하고 싶은 분들이 법무부 잘 보이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며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거대 야당이 몽니를 부르면 헌재소장 임명안이 부결될 수도 있다. 헌재소장이 공백이 되면 어떻게 재판이 진행될 수 있나"라고 물었다. 박 처장은 "아무래도 지장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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