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엑스포까지 1년반, 힘빠진 일본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3. 10. 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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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인공섬 현장 가보니
비싼 공사비에 건설 미뤄져
허허벌판 어수선한 분위기
20세기 고도성장기 떠올리며
국제대회 잇달아 유치했으나
첫단추 도쿄올림픽부터 휘청

최근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준비가 한창인 오사카를 찾았다. 헬기를 타고 오사카만의 인공섬 유메시마(夢洲·꿈의 섬)에 지어지는 건설 현장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기초공사 수준의 공간을 접하면서 허전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엑스포를 준비하는 일본국제박람회협회 측에서는 아직 1년6개월이나 남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어수선한 공사장에서 일본 특유의 질서감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오사카엑스포는 현재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건설 비용은 유치 당시보다 두 배로 치솟았고, 150개국이 참가 선언을 했지만 실제 전시관 건립을 시작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서 엑스포 챙기기를 시작했지만 크게 나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비싼 공사비를 감안해 일부 국가에 무상으로 전시관을 지어주는 방안도 나왔지만, 여전히 '연기하자'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엑스포는 올림픽과 함께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1950~1970년에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0%를 오가는 고도성장기를 경험한 일본은 당시 1964년 도쿄올림픽, 1970년 오사카엑스포,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을 잇달아 치러냈다. 올림픽과 엑스포 모두 전후 패전국인 일본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빅이벤트가 됐다. 시속 300㎞에 육박하는 신칸센이 처음 운행을 시작한 때가 도쿄올림픽 직전이고, 서독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시기도 이즈음이다. 이를 모두 경험한 단카이 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그땐 참 좋았지'로 회고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10년·20년·30년을 지나면서 경제 회생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 일본은 국가적 이벤트를 다시 소환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유치에 잇달아 성공했으며, 2030년 삿포로올림픽 유치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은 무관중으로 치러지면서 막대한 부채만 남기고 싱겁게 마무리됐다. 여기에 당시 조직위원회의 뇌물 스캔들은 삿포로에 직격탄을 날리며 최근 올림픽 유치 포기 선언을 하도록 만들었다. 오사카엑스포 또한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과연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 올림픽과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러왔던 일본이 최근의 빅이벤트에서 허둥대던 모습을 보고 '힘이 빠졌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긴 터널 같은 '잃어버린' 시기를 지나면서 일본의 국력이 예전만 못해졌고, 이것이 곳곳에서 누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빅이벤트 유치만으로도 국위 선양이 되던 시절은 지났다는 걸 지난 8월 잼버리 사태가 여실히 보여줬다. 이제 다음달 말이면 부산엑스포 유치 결과가 나온다. 기쁜 결과 뒤 또 한번 대한민국의 국력이 시험대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이승훈 도쿄 특파원 thot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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