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 하석진 "우승상금, 통장에 그대로 있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우승 상금은 입금된 그대로 있습니다.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고, 어떻게 쓸지는 주변 여러 사람하고 상의해 봐야죠. 꼭 써야만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두뇌 서바이벌 예능 '데블스 플랜'에서 우승한 배우 하석진은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상금 2억5천만 원의 행방을 이렇게 털어놨다.
하석진은 "일반적인 출연료나 광고 모델료보다 성취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상금이) 제겐 의미 있는 돈"이라며 "우승 상금을 어디 쓸까 하는 고민으로 끝까지 고통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블스 플랜'은 출연자 12명이 6박 7일 동안 합숙하면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 한 명의 최종 우승자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의사, 프로바둑기사, 천문우주학 석사, 미국 변호사, 프로게이머 출신 방송인 등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우승을 거머쥔 것은 배우 하석진이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하석진은 2015년부터 tvN 예능 '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각종 퀴즈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하석진은 "제 게임 실력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다른 출연자들과의 능력치를 비교하면 저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마지막 승부에서 상대와 꽤 큰 격차로 승리한 것을 두고도 "마지막에 제가 조금 덜 '헉헉'거리고 있었을 뿐이었다"며 체력적인 우위에서 승리의 이유를 찾았다.
그러면서 "'문제적 남자'에서 한 문제를 일고여덟 시간씩 풀었던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석진은 또 "저는 한창 머리를 쓸 시기가 지난 지 오래됐고, 적당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난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이 녹아들어서 게임에서 오래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석진의 말처럼 '데블스 플랜'은 단순히 두뇌의 우열만으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이 주를 이뤘다. 뽑기 운도 게임에 영향을 미치고, 여럿이 세를 규합하면 훨씬 유리해지는 일도 잦았다.
특히 하석진은 4일째 게임인 '동물원'에서 다른 출연자와 거의 협동하지 않았으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궤도(본명 김재혁)를 주축으로 연합한 다른 출연자들에 밀려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이후 하석진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곽튜브(본명 곽준빈)에게 "이게 '데블스 플랜'이야? '빌붙어 플랜'이지"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석진은 연합체를 구성하지 않고 혼자 게임에 임했던 이유를 "제가 게임을 이해하는 속도가 조금 느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해가 빠른 사람은 연합이 필요한 게임이란 걸 일찍 이해했는데, 내가 연합의 필요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다른 출연자들의 연합이 형성돼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궤도는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는 충분한 두뇌가 있고 가장 훌륭한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궤도는 자기 능력으로 모두를 살리는 데서 게임의 쾌감을 얻었던 것 같고, 그의 '공리주의'를 두고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데블스 플랜'에서 하석진은 대체로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보이다가도 몇차례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과 협력해왔던 배우 이시원이 탈락했을 때 울음을 터뜨리고, 이튿날 이시원과 똑같은 게임에 도전해 살아남은 뒤에도 오열한다.
하석진은 "이시원은 제가 의지도 많이 했고 전우애가 많이 쌓인 상태였다"고 당시 느낀 감정을 설명했다.
하석진은 또 "합숙하며 게임에 참여하는 동안 하루가 일주일 또는 한 달처럼 느껴졌다"며 "고립된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사회 실험에 참여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몰입감 덕분인지 '데블스 플랜'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공개 첫 주인 9월 25일∼10월 1일 넷플릭스 시리즈물 가운데 비영어권 시청 수 3위에 오른 데 이어 2주째에도 6위를 차지했다.
하석진은 "이입할 대상을 만드는 것이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야기가 연재되면 연재될수록 시청자가 누군가의 감정을 따라가게 돼요. 내가 따라가던 출연자와 함께 카타르시스를 같이 느낄 수도 있고, 그의 행동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 수도 있죠. 시청자가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게 제일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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