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매년 ‘지역의사’ 200명 늘린다…의대정원 확대, ‘지역안착’에 ‘방점’
국·공립병원 규제 완화로 지역 필수의료 인프라 강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의지가 구체화되고 있다. 매년 ‘지역의사’ 200명을 추가로 양성하는 농촌‧지역 필수의료 강화 정책패키지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지방의대 정원 200명 증원이 주된 골자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1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인턴 수련 후 10년’ 또는 ‘전공의 수련 후 5년’ 동안 ‘지역의사’로 근무하면 직접적인 인센티브(Incentive)를 제공하는 ‘필수의료 강화 정책패키지(이하 지역의사 장려제도)’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지방의대의 정원을 200명가량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방의대 관계자는 “지역의사 장려제도는 의사면허 취소 등의 강제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지역의사로 근무해도 좋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유인책을 의대 선발 때부터 제공하는 게 핵심”이라며 “같은 지역에서 전문의 수련과정과 공중보건의(공보의) 복무 등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과 장학금‧근로장려금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지역의사 장려제도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지방의대 정원을 200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과 국‧공립 병원에 대한 인력·임금 규제완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해당 관계자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실무위원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 의대정원 200명+α 확대=올해 초부터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전국 의대정원을 300∼500명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대 등을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통과될 경우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됐던 의대정원이 19년 만에 유의미한 변화를 맞게 되는 셈이다.
보건의료정책 포럼과 공청회 등에 참여해 온 정부 관계자도 “정부가 지방의대 정원 200명 확대를 기본 방침으로 삼은 후 수도권 포함 전국 의대정원 400명 이상 확대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농촌 등 지역의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 장려제도의 도입은 의료 인프라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2015년 지역인재특별전형 제도 도입 이후 지역출신 의대 합격자는 크게 늘었지만 의사들이 서울과 대도시로 몰리는 의료인력 양극화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
실제로 2022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수를 살폈을 때 서울이 3.47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 2.62명 ▲광주 2.62명 ▲대전 2.61명 ▲부산 2.52명 순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북 1.39명 ▲충남 1.53명 ▲충북 1.59명 등 농촌 지역이 포함되는 지역은 활동 의사수가 2명을 밑돌았다.
지역의사 중심의 의대정원 확대 계획이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국립대병원 중심의 필수의료 인프라 강화=지역 필수의료 인프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립대병원들은 제도적 한계로 민간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를 의사인력에게 줄 수밖에 없어 의료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에 속해 있다. 이에 따라 국립대병원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필요한 정원 규모를 보고하고 정원 조정에 대해 정부와 협의해야 하며, 총액인건비를 정부가 정하는 인상률 한도에서 책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국립대병원 의사 인력의 정원·임금 규제가 완화되면 우수한 의사의 인력을 국립대병원으로 유치할 수 있고, 의사인력의 수도권 쏠림과 민간병원 유출 심화를 막아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국립대병원이 지역 공공의료의 거점이나 필수의료 핵심 역할을 하게끔 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이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완화 방안으로는 국립대병원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하며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법과 의사 인력에 대해서만 정원 조정 협의와 총액인건비 규제대상에서 빼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논의가 의사 수를 늘릴지 말지에만 매몰돼 있었는데,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시스템 정상화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며 “대학병원에서 힘들게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보는 의사들에게 돈을 적게 주니 이들이 의원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아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요즘 의대 졸업 후 인턴과정을 거치지 않고 피부·미용 개원의로 바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필수의료 의사로 일하게 하려면 수가 인상 등 그만한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정부가) 확답을 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계 반응은?=다만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의대정원 확대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의대 정원 확대를 기정사실로 한 보도가 의료계에 경악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의사 확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 정비와 재정 투입을 생략하고,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정치적 발상은 의료를 망가뜨리고 국민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불신 해결을 위해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의사단체들은 의대정원 확대는 정부와 구성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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