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집권 17개월 오류 인정해야” 이준석, 눈물로 각성 촉구

문광호·이두리 기자 2023. 10.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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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물러나고 3번째 국회 기자회견
“보선·대통령 지지율 연동” 작심 비판
“여당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
공천 불확실해 향후 행보 노림수 분석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중 해병대 채모 상병 등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들을 인정해달라”며 “대통령실 관계자의 성의 없는 익명 인터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육성으로 국민에게 표현해 달라”고 밝혔다. 또 “오늘의 사자성어는 결자해지”라며 “민생보다는 이념을 추종하고, 정책보다는 정당 장악에 몰두했던 모습이 낳은 모순부터 벗어 던지자”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이 윤 대통령에 있으며,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몇 번 이 자리에 서서 우리가 대선 때 국민에게 약속했던 모습을 버리면 안 된다고 양두구육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국정 운영의 방식이 엄석대처럼 투박하지 않기를 바랐고, 간신배들의 아첨 속에 대통령께서 벌거숭이 임금님과 같이 되지 않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당 윤리위 징계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인 지난해 8월과 지난 3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저격하며 당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기자회견들과 달리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긍정 평가율과 연동돼 있었다”라며 “어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꼭 해야 하는 말은 회피했다. 이렇게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당은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가 두려운가”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사자성어는 결자해지”라며 “여당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선거 패배 이후 며칠 간의 고심 끝에 나온 목소리가 ‘당정일체 강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에도 공산주의로 체제경쟁을 할 수 있다고 믿는 바보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의 임기 반환점에서 치르는 총선은 정권 전반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될 것”이라며 “지금 가장 뼈아픈 것은 지난 1년 반의 집권을 통해 지난 정부보다 더 나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울먹이며 “41살에 부모가 시험관 시술로 낳은 한 해병대 병사의 억울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를 하고자 했던 박정훈 해병대 대령의 모습은 성역을 두지 않고 수사했던 한 검사의 모습과 너무나도 닿아있다”며 “그런 그가 수사하는 것을 막아 세우는 것을 넘어 정부와 여당이 집단 린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에 대해서 당이 즉각적으로 중단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당이 적어도 뉴라이트 사관보다는 교과서에 가까워야 상식에 가까워진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여성가족부 예산 증액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흔히들 검사가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더는 대통령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을 시도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더는 검사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들을 인정해 달라”면서 “대통령실 관계자의 성의 없는 익명 인터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육성으로 국민에게 표현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사람 뒤에 숨지 않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그것이 대통령이 반복해서 새기던 초심이 아니냐”며 “여당이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180일이면 어떤 색을 칠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시작은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작심 발언에 나선 것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있어 윤 대통령의 책임을 분명히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강서에서 확인된 민심은 정말 대통령께서 국정운영의 기조를 전환하고 지난 17개월간 많은 국민께 우려를 준 부분이 있으면 유감을 표명해 달라는 뜻이었을 것”이라며 “어제 의총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패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의 정책기조와 국정기조 바뀌지 않고는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총선 공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향후 탈당이나 신당 창당 등 정치적 행보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를 향해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했다”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제명 징계를 요청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보니 시의적절하긴 하지만 우리 당에는 옳은 말을 호응해 주는 풍토보다는 ‘우리끼리’라는 잘못된 기득권 카르텔이 너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당내 호응이 적을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다른 정치적 길을 모색할 거라는 일각의 추측과 관측도 있지만 여전히 이 전 대표는 보수정당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제일 많은 사람”이라며 “전직 당대표로서 대통령과 함께 선거에 나서고 국민께 지지를 호소했던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진짜 할 말은 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오는 18일에는 대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보수의 상징인 대구에서 경직된 분위기를 깨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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