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붙어 플랜" 하석진, 궤도 '공리주의' 안타까웠던 진짜 속내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10. 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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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넷플릭스

'문제적 남자'는 역시 달랐다. 배우 하석진(41)이 '데블스 플랜'에서 쟁쟁한 브레인들을 제치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 2억 5,000만 원을 거머쥐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하석진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의 최종 우승자로서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데블스 플랜'은 대한민국 추리 예능에 한 획을 그은 정종연 PD가 론칭한 새 두뇌 서바이벌 게임으로 방송 내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정종연 PD는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으로 많은 마니아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데블스 플랜' 역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부문 3위까지 등극, 화제를 모았다.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며 흥미를 자극했다. 

특히 하석진은 비상한 두뇌를 뽐내는 퀴즈 예능 '문제적 남자'를 5년여간 이끌어온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답게, 남다른 활약상을 펼치며 재미를 더했다. 결국 그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과학 유튜버 궤도, MIT 수학과 출신의 미국 변호사 서동주를 꺾고 최종 승자로 우뚝 서는 쾌거를 달성했다.

많은 이가 궁금해하는 무려 2억 5,000만 원 상금의 행방이 가장 먼저 질문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하석진은 "세금을 제외한 액수가 정확히 얼마가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계좌 안에 있다. 아직 확인해 본 적이 없다"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다 쓸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아니라서, 어디에 쓸지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 제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생각이다. 스포일러 때문에 어디다가 티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더 생각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리고 방송에서 말했듯이 저를 포함한 12명의 출연자가 일주일 동안 합숙하며 모두가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고, 다만 제가 끝까지 살아남아서 대표격으로 상징적으로 (상금을) 가져갔다는 느낌이다. 저는 그저 재밌게 임하는 한 명의 구성원, 출연자로서의 마음이 컸다. 만약 출연자들이 상금에 대한 어떤 마음을 갖고 나왔다면 진짜로 '빌붙어 플랜'이 됐을 거고 밉상 플레이가 많이 나왔을 텐데, 우리 프로그램엔 그런 분들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거액 상금의 주인공도, 우승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기대하지 않았다는 하석진. 그렇다면 '데블스 플랜' 도전으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하석진은 "40대가 되니 총명기가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게 뭐였더라?' 싶을 때가 많아져서(웃음). 그래서 처음엔 내가 얼마나 총명함을 갖고 있나 테스트해 보자는 마음으로 출연한 게 컸다. 20대한테는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잘만 관리해서 하면 두뇌 대결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고, 부족할지언정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드리는 게 목표였다. 우승 생각은 없었다"라고 연예계 대표적인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다운 답변을 내놨다.

'데블스 플랜' 우승 비결로는 '문제적 남자' 출연 덕이 컸다고. 하석진은 "과거 '문제적 남자'를 찍을 때 안 풀리는 문제를 7시간 동안 푼 적도 있다. '책상머리'라고 하나, 멘털 안 털리고 오래 버티는 정신적인 체력은 '문제적 남자'를 할 때 많이 훈련이 되었던 거 같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하석진은 "아무래도 나이가 들고 직장인이 되고 하다 보면 배우는 것에 안일해지지 않나. 그럼에도 계속 배워보려는 마음, 이를 인식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 이제 안 돼' '이 나이에 뭘 배우나' 놔버리는 마인드에서 빠져나오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여전히 배울 수 있고 그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저도 평소에 머리가 망가지지 않으려, 열화 되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요즘엔 요가도 하고 제2 외국어를 배우는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데블스 플랜'으로 배운 점을 묻는 말엔 박경림을 언급, 그의 성품에 존경심을 드러냈다.  하석진은 "(박)경림 누나에게도 말씀드렸는데 저는 '데블스 플랜'에서 누나가 제일 많이 보였다. 10대 친구들은 누가 더 슈퍼 플레이어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졌겠지만 저한테는 인생 경험 있는 분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크게 보이더라. '아 저런 모습이 지금의 박경림을 만든 거구나' 감명 깊었고, 누나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라고 높이 샀다.

하석진은 '문제적 남자'에 '데블스 플랜'까지, 두뇌 게임 예능에서 연이어 이름을 떨친 바. 배우로서 엘리트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이에 그는 "저도 고민이 들긴 한다. '쟤 똑똑한 애 아냐?' 인식이 강해지는 것 같아서. 저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 엘리트 이미지에만 얽매여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 이미지가 좋지만 너무 기대감을 갖고 보시는 것 같아서 부담이 되기도 하더라. 저 생각보다 멍청하고 바보 역할도 연기해 보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데블스 플랜'은 신선한 서바이벌 예능으로 관심을 얻은 동시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특히나 하석진과 함께 최종 2인으로 결승전에 오른 궤도가 시종일관 '공리주의'(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를 내세우며 기존의 서바이벌과 다른 방향으로 흐른 바,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선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본인과 정반대 성향의 플레이를 보여준 궤도에 대해 묻자 하석진은 "서바이벌 장르가 대개 시청자들끼리 물고 뜯고 싸우게 만드는데 (궤도가) 그런 요소를 줄인 역할을 한 거 같긴 하다. 열광 요소를 줄이다 보니 누군가에겐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게 꼭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새로운 방향, 흐름을 만들었다는 것에 저는 긍정적으로 본다. 꼭 싸울 필요가 없으니까 그걸 방지할 새로운 시스템이 생길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지점에서 궤도는 서바이벌의 차원을 올린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궤도를 존중하면서도 하석진은 "다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서바이벌 참가자이기도 하지만 방송인으로 탑재되어 있다 보니 걱정이 들었다. 다양함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말이다"라고 우려했던 지점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한 번도 궤도에게 직접적으로 '(공리주의) 플레이 하지 마' 한 적은 없다. 전체를 통틀어 궤도한테 뭐라고 했던 부분은 (김)동재 탈락밖에 없다. '데블스 플랜'에서 '빌붙어 플랜'이라고 지적한 것도 궤도의 공리주의를 비판한 게 아니라, '무임승차'에 대한 얘기였다. 궤도는 뛰어난 플레이어로서 버스만 운전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 것뿐이다. 그런 사람한테 '넌 왜 버스 운전자를 해?'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보다 이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의 의존하는 플레이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또 이를 왜 그대로 받아주고 내버려둬서 방송의 흐름을 재미없게 만드냐에 대한 비판이었다. 자기의 플레이를 못한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서 든 생각이었다. 틀릴지언정 각자가 자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공리주의) 분위기가 안 만들어졌으면 했다"라고 속마음을 터놓았다.

하석진은 궤도에 대해 "플레이어로서 능력이 출중하고 머리도 가장 똑똑하다. 그 철학이 아니었으면 우승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을 거라 본다. 근데 궤도의 철학, 성향은 우승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살리고 싶은 거였고 여기에서 게임의 성취와 쾌감을 찾은 것 같다. 그게 본인이 본인에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생각한 것 같고. 그게 결국 무너지긴 했지만 멋있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하석진은 "저는 강자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피스 수보다 나는 내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궤도가 이끄는 '약자 연합'에 맞섰다고. 그는 초반 소극적이었던 본인의 플레이에 대해 "제힘으로 누구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공생관계에 있는 너희들끼리 승부가 나버리길 바랐다. 내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다(웃음). 못된 마음이긴 하지만 다 같이 살고 싶다는 너희들끼리 묻어라 하는 마음이었다"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가히 우승자다운 냉철한 시각을 엿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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