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지하 터널에 이스라엘 고전할 수도···이란 참전시 세계경제도 휘청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지상전을 예고하면서 전쟁의 파장이 중동을 넘어 세계로 파급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이번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좌우할 열쇠는 장기화와 확전 여부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시작할 경우 전쟁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민간인 피해가 커질 경우 확전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이란 등 주변국이 참전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GDP)이 예상치보다 1.0%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제시됐다.
지상작전 시작되면 전쟁 장기화 불가피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비해 압도적 군사력을 지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고전하며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오랜 기간 질질 끌려다닐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하마스가 파놓은 지하터널이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겪게될 큰 난제로 꼽힌다. 하마스는 2005년부터 가자지구 지하에 깊이 지하 30m 이상의 땅굴 네트워크인 ‘가자 메트로’를 파기 시작했다. 현재 총연장 483㎞로, 미 뉴욕 지하철 총연장(399㎞)보다 길다. 이스라엘군은 그물처럼 퍼져 있는 땅굴 진출입로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하마스의 게릴라전에 맞서야 한다.
마이크 멀로이 전 미국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는 WP에 “IDF는 하마스보다 우수한 군대, 무기 및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시가전에서 하마스가 매우 효율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네스 프랭크 맥켄지 주니어 퇴역 미 해병대 장군은 “지상전은 모두에게 피바다가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은 예측 불가능한 시가전의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량 학살···확전 빌미 될 수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시설도 가차 없이 공격하고 있다. 민간 용도로 보이는 고층 건물이 사실은 하마스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물이라는 주장을 앞세워서다. 워싱턴아랍센터의 유세프 무나예르 선임연구원은 “결국 지상전이 민간인 대량학살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참전 빌미가 되고, 결국 미국을 함정에 빠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20세기 중동전쟁과 같은 대규모의 전쟁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1973년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당시에는 소련의 지원을 받은 이집트와 시리아가 남·북에서 이스라엘을 협공했다.
그러나 현재 시리아는 오랜 내전으로 전면전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이집트는 파산 직전이다. 이스라엘은 동쪽 요르단과 남쪽 이집트와는 평화조약을 맺고 있다. 북쪽으로 국경을 접한 레바논이 이스라엘엔 유일한 위협이지만, 레바논 또한 2020년 모라토리옴(대외채무 지불유예)를 선언한 뒤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져있다.
변수는 이란이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란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에 연간 약 1억달러(1354억원) 규모의 후원을 하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레바논), 카타입헤즈볼라(이라크), 후티 반군(예멘) 등의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견제하기 위해 종파가 다른 하마스(이슬람 수니파)에도 자금·무기 지원을 해왔다. 다만 포린폴리시는 “이란이 수니파인 하마스의 직접적인 대리인으로 나서기엔 무리가 있다”고 내다봤다.
외신들은 이란의 참전 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도 이스라엘·서방과 이란 간 반감이 격화할 경우 확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 13일 이번 전쟁의 경제적 여파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이란전으로 확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서는 ‘오일쇼크’가 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GDP)은 예상치보다 1.0%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란이 참전할 경우 거대한 지정학적 게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포린폴리시는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해 세계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와중에 중국이 이란산 석유 구매량을 늘리면서 그간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조절해온 기름값 공식이 흔들려 불확실성은 더 높아졌다.
이란 참전시 세계 GDP 1%포인트 낮아질 수도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행정부가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한 외교전에 적극 나설 것이기 때문에 유가 급등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들어 OPEC 비회원국인 미국, 캐나다, 브라질, 노르웨이 등이 석유 생산을 늘리며 유가 급등 흐름을 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중동 지역 불안으로 유가가 한동안 평소보다 비싼 가격을 유지할 것이고 결국 세계경제에 지속적인 압력을 줄 것이라고 포린폴리시는 내다봤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경제적’ 논리로만 풀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SPI 자산운용의 스티븐 이네스 상무는 16일 “팔레스타인 대의는 아랍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고위급 외교에서 이러한 의미를 배제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려는 시도는 위험한 환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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