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협력자들 줄줄이 처벌...조우형은 왜 빠졌을까

변지민 2023. 10. 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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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윤석열 주임검사가 실무를 이끌던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특수목적법인(SPC) 120개를 특정하고 수사했다. 저축은행법상 은행은 부동산 개발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은 임원의 친인척을 내세워 차명으로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대검 중수부가 발표한 ‘부산저축은행 120개 차명 SPC 리스트’에 75번째로 기재된 ‘더뮤지엄양지’는 바로 조우형이 운영하던 회사였다. (관련 기사 :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 75번은 조우형 회사였다)   

뉴스타파 보도 후에도, 검찰은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이 2011년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당시 조우형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인물 중 일부는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여러 법원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다. 

대검 중수부,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 일부 임원들 수사했다

2011년 5월 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부산저축은행이 차명으로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120개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은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사건 기소 관련 설명자료’에 등장한다.

뉴스타파는 법원 판결문 검색을 통해, 당시 대검 중수부가 수사했던 차명 SPC의 임원진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살펴봤다. 관련 판결문에는 횡령과 배임, 불법 대출, 사기 등 조우형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 임원들의 다양한 혐의가 드러난다. 

법원 판결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한 사례는 아래와 같다.

경남 거제와 경기 안성 등에서 골프장 사업을 진행했던 태양시티건설의 대표이사와 상무는 횡령으로 기소됐다. 인천에서 아파트개발을 추진했던 효성도시개발 대표는 배임으로 기소됐다. 전남 순천에서 아파트건설을 맡았던 낙원주택건설 대표는 사기로 기소됐다. 캄보디아에서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던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 대표와 전남 신안군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신안월드 대표는 각각 횡령으로 기소됐다.

위의 사례를 종합하면,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들의 자금 흐름을 폭넓게 수사하면서 임원진이 저지른 개인 비리 혐의까지 수사해서 재판에 넘겼다.   

‘바지 주주’ 불러 조사한 대검 중수부, 대표였던 조우형은 조사 안 했다 

조우형이 2004년에 설립한 ‘더뮤지엄양지’는 부산저축은행이 지분 95%를, 조우형이 지분 5%를 가진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다. 부산저축은행은 95% 지분을 여러 개인들의 이름으로 보유했다. 일명 ‘바지 주주’들을 동원한 것이다.

법원 판결문을 보면, 대검 중수부는 이 ‘바지 주주’들을 불러다 조사했다. 이들로부터 자신의 지분이 실제로는 부산저축은행 소유임을 확인한 뒤, 보유 주식에 대한 권리 행사 포기 각서를 작성케 했다. 그런데 2004년 설립부터 2010년 8월까지 공동 대표이사를 역임한 조우형은 조사를 받지 않았다. 

더뮤지엄양지는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던 무렵 재정이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이 회사의 <2010년도 감사보고서>에는 “회사의 계속 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2010년 영업 손실 11억 8100만원, 당기 순손실 59억 100만원, 총 자산을 초과한 총 부채액이 187억 2200만원 등 모든 지표가 엉망이었다. 

2021년 11월, 조우형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더뮤지엄양지의 지분을 소유했고, 실제 대표로 일하면서 ‘타운하우스’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인물이라고 스스로 강조했다. 

▲조우형 진술조서(2021.11.24)

더뮤지엄양지, 부실 심각했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2011년 대검 중수부는 더뮤지엄양지의 주주와 임원진을 불러서 조사했다. 하지만 대표이사까지 역임한 조우형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단 게 현재의 검찰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당시 형사 처벌을 받은 더뮤지엄양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심각한 부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결과는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추가적 피해로 이어졌다.  

부산저축은행이 2010년까지 더뮤지엄양지에 대출해준 금액은 552억 원에 달한다. 조우형은 성공한 ‘타운하우스’ 개발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감사보고서 속의 더뮤지엄양지는 2006년 한 해를 제외하곤 매년 수십억 원씩 적자를 기록했다.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한 뒤인 2013년, 예금보험공사(예보)는 더뮤지엄양지에 2건의 소송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예보는 더뮤지엄양지에 남은 대출금 잔액 140억 원 중 일부인 27억 원을 받아내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예보는 이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타파 변지민 plut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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