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서 보면 다 영화인가요? BIFF가 마주해야 할 고민
온스크린 섹션, OTT어워즈 등 시리즈 작품 참여 이어져
영화의 경계, 영화제 정체성 등 고민 필요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부산국제영화제가 28번째 축제를 마무리했다. 개막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14만여 명의 관객이 찾으며 식지 않은 열기를 입증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부호를 남긴 것도 있었다. OTT 시리즈물의 침투다.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70개국 209편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60편 총 269편을 상영했다.
이중 지난 2021년 신설, OTT 플랫폼에서 공개 예정인 화제의 시리즈를 선보이는 '온 스크린' 섹션에서는 올해 6편의 작품을 초청했다. 웨이브 '거래', 티빙 'LTNS', '운수 오진 날', '러닝메이트', 디즈니+ '비질란테', 넷플릭스 '시가렛 걸'이 소개됐다.
첫해 3편, 지난해 9편, 올해는 6편이 초청됐다. 수치로만 보면 그 비중이 크지 않지만, 영화제 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올해는 '비질란테'의 대형 포스터가 영화의전당 전면에 걸렸고, 넷플릭스는 '사랑방'을 운영하며 플랫폼과 작품 홍보에 나섰다. 또한 TV·OTT·온라인 콘텐츠를 시상하는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OTT어워즈'가 시상 부문을 5개 추가해 개최하는 등 몸집을 키웠다.
물론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다. 상영작 대부분이 매진을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고, 주요 배우들이 참석한 오픈토크, 야외무대인사 등 행사에서도 호응이 이어졌다. OTT 플랫폼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다.
OTT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다. 한 OTT 플랫폼 관계자는 "OTT에서 소개되는 영화나 시리즈를 영화제의 한 축으로 초청해서 경계를 확장하고 있는 거라고 보고 있다"라며 "영화제에서의 좋은 열기가 공개 이후 반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 얻고 가는 게 무시할 수 없는 효과"라고 전했다.
그러나 OTT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가 아닌, '시리즈물'이라는 수식이 붙은 작품을 영화제에서 계속 마주하는 건 왠지 모를 거부감이 따른다. 언젠가는 영화제 내 위치가 주객전도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일말의 우려 때문.
결국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의 경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이야기를 영화로 볼지, 2시간 안팎의 완결된 이야기를 그리는 것을 영화로 볼지. 영화제는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OTT 시리즈를 초청해 상영하는 것을 이어간다면 OTT 시장의 확장세에 맞춰 참여 작품 수는 늘어날 것이고, 종국에는 TV드라마와의 경계가 사라져 영화제의 존재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당장 영화가 뒷전으로 밀렸다고 보긴 어렵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에서도 추후 OTT 작품의 참여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아직 명확히 정해진 건 없다"라며 "매년 상황에 따라 참여 작품 수는 달라질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은 아시아 신인 감독에 대한 발굴과 그들의 작품을 알리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다. 전체적인 트렌드를 포용하되 영화제 본질을 가져가는 게 영화제로서 계속해야 하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라며 "영화제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이 있으니 잘 조율해 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계가 침체되고, OTT 플랫폼 시리즈의 규모는 확장되고 있는 것은 한국뿐 아닌 전 세계적 추세다. 이에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는 OTT 시리즈들을 초청하며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러나 꼭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적어도 영화제에서만큼은 상업 논리를 잠시 미뤄두고 영화의 낭만을 따를 수는 없을까.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제'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놓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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